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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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이라... 제목으로 내용을 유추하기 어려웠다. 타인과 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장을 넘기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상실의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는다. 사람은 자신의 상처나 아픔 같은 약한 부분을 털어놓으면 공감이 가면서 더 집중이 되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먼저 보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저자는 큰 충격과 슬픔을 겼었다. 그때 그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이 있다. 그에는 가까운 지인이 아닌, 전혀 모르는 타인도 있었다. 타인의 환대와 공감 등을 통한 치유의 감정을 경험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힘을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경험과 역사적 사건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집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집과 같은 익숙한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대한 의미와 함께 저자는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유럽 여러 나라 조사 작업을 위해 방문했던 할렘가라 불리는 지역과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는데, 오히려 위험하다 이야기했던 할렘가 지역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환대를 경험했던 기억을, 다른 지역은 카메라와 높은 담이나 철조망으로 막힌 단절을 경험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보안과 방어가 오히려 현대인의 고립과 두려움을 더 키우는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우리 역시 시골 인심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낯선 시골의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우리보다 그곳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보다 더 친밀하게 대해주셨다. 오히려 옆집 할머니처럼 점심밥을 주시고, 새참을 내어 주시는 모습에 당시 신선한 문화충격을 경험했었다. 물론 그 이후로 계속 같은 지역을 방문하다 보니 나중에는 정말 친 할머니처럼 안부를 묻는 관계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반면 도시의 사는 우리의 모습은 이와는 다르다.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마주치는 이웃임에도, 인사 한번 건네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담을 치고 선을 긋고 때론 CCTV를 달면서 두려움에 떠는 우리의 상황은 물론 어느 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에 계속적인 안정감을 주지는 못하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어쩌면 책 속의 어느 부족의 모습처럼 서로를 향해 마음 한 편을 내주는 것, 자신의 공간을 내어줌으로 환대를 해 줬을 때 낯섬이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조금 어려운 면이 있긴 했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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