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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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일반 백성 누구든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어

특정한 정치세력에게 정보가 독점되지 않는다.'

'또한 어디든 책을 파는 서점이 있어

누구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띠지의 한 줄만 봐도 흥미가 마구 생긴다. 16세기 조선과 21세기 베스트셀러라...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책의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책 속 주인공 선우와 저자가 겹쳐진다. 아마 자신을 모티프로 해서 소설을 쓴 게 아닐까 싶다. 현직 서점 점장이자, 여러 서점의 점장으로 지내온 그라 서점에 생리에 대해 잘 알기에 현재의 책방을 조선시대로 가지고 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서울 종로의 대형서점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선우는 강원도 춘천의 강원 문고 점장으로 근무 중이다. 강원도에 있는 부대들에 책을 납품하기 위해 김연희 대리와 함께 길을 가던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한 둘. 눈을 떠보니 뭔가 이상하다.

한편, 대사간 어득강은 중종에게 사직을 청하고 고향 진주로 낙향을 결심한다. 그에게는 기선과 기남 두 아들이 있는데, 기선은 장원급제해 정 6품 수찬으로 근무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났던 형을 보며 자신감을 잃어가는 기남. 낙향 전 아버지는 기남을 불러 큰 벼슬에 생각이 없는 건 알지만, 그래도 계속 공부를 해서 조만간 있을 과거시험에 응시해 보기를 조언한다. 아버지의 말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 기남은 외할머니 댁인 춘천으로 가서 공부를 하기로 한다. 용화사에 예불을 드리러 간 외할머니 홍 씨가 다쳤다는 소식에 급하게 길을 나선 기남은 대신 용화사에 들르는데, 선종 스님이 이상한 이야기를 전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도와주라는 말을 듣고 내려오는 중 괴상한 차림새에 두 남녀를 발견한다. 그 둘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는 기남. 그렇게 그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형인 기선이 자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기선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듣게 된 기남은 마음이 어지럽기만 하다. 선우가 건넨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은 기남은 과거시험으로 비슷한 문제가 나오게 되자 마키아벨리의 의견을 적어 차석으로 과거에 합격하게 된다. 미래에서 온 연희. 선우와 이야기를 나누다 아버지 역시 서사(서점) 설치에 생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는 기남은 현재 책이 권력자들 손에만 있는 사실에 반감을 느낀다. 본격적인 서사의 설치를 위해 중종에게 의견을 제시하지만, 훈구파 홍성주와 심준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지만 기치로 결국 서사 설치를 하게 된다. 벗인 거상 김태성의 아들 재민, 한성부 판윤 이만희의 아들 유신. 형 기선의 정인이었던 심준의 딸 민주. 그리고 강원 서점의 박선우 점장과 김연희 대리. 그들은 힘을 모아 21세기에서 가지고 온 책을 16세기 조선의 말로 바꾸어 필사하며 조선 책방을 열 준비를 하는데...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던 우리나라가 유독 책에 대해서는 지배층이 독점을 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백성을 위해 한글까지 창제한 세종의 생각과 자신만이 권력을 독점하려는 이기적인 정치꾼들의 현실이 결국 미래의 발전을 막은 것만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상상 속이지만 현대의 서적이 당시 필요한 인물들(우울증을 아는 지아, 삶에 대해 번민을 가진 대장금 등)에게 전해졌을 때 그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는 장면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흥미롭고 참신했다. 물론 현실은 다르지만...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이다. 물론 마음껏 책을 접할 수 있음에도 책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경우도 꽤 되지만 말이다.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만, 역사 그대로 나오지 않은 것은 소설이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기남의 아버지로 등장한 어득강이라는 인물이 서사 설치 상소를 올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 실제 역사와 상상이 적절히 섞여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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