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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평점 :

그동안 유례없던 대 재앙인 코로나19시대를 만 3년째 살아가고 있다. 계속되는 방역수칙 변화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물론, 전 국민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금이 나오긴 했지만, 워낙 경제침체가 심화되어 있기에 사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복지국가를 외치는 현대에 우리의 삶 또한 팍팍한데,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이 과연 복지가 있었을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보다 조선의 복지가 모두의 예상보다는 꽤 상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면에서 놀라웠다. 신분제 사회 조선의 복지라... 제목부터 내용까지 신선했다.
사실 세종대왕에 대한 복지 이야기는 이미 익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세종의 애민정신은 한글 창제뿐 아니라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의 마음이 담겨있다. 가령 출산을 한 노비에게도 100일의 휴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듣고 정말 놀랐으니 말이다. (우리의 출산 전후휴가는 90일인데, 육아휴직 없이 복직을 하게 되면 조선의 여비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조선과 현대의 대한민국은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조선은 시혜라는 단어로, 대한민국은 복지라는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신분제가 철폐된 현재기에 공급자는 복지 미공급에 대한 책임이 있고, 수요자 역시 공급자에게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데 비해, 조선의 복지는 그야말로 왕의 선택이고, 그에 대해 백성이 마땅히 감사해야 할 것이지 요구를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현재의 우리의 복지제도와 비교했을 시 제도 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현재의 국민연금의 역할을 했던 환곡(고려 춘대추납제도가 더 진화하여 이자를 받았음.)과 긴급재난 지원금인 진휼, 그리고 무료급식소인 시식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중 진휼은 상당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진휼의 담당 부처인 진휼청의 조직 구성은 호조판서(기획재정부 장관), 이조판서(행정안전부 장관), 병조판서(국방부 장관) 이 책임자로 있고, 중요사항은 국무회의에서 가장 급선무로 처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령을 비롯한 공무원의 징계권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조선 후기의 큰 문제 중 하나가 환곡의 병폐라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중간중간 호시탐탐 빼먹는 탐관오리들이 있었다는 것이 복지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가장 큰 병폐였다.
뿐만 아니라 조선은 노인, 아동, 여성 복지도 갖추어진 나라였다. 양반가 미혼 여성들을 위한 결혼지원금 뿐 아니라 홀아비들을 위한 결혼 장려정책도 시행되었다고 한다. 물론 조선은 여전히 신분제 사회이고,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한 상태기에 여성에 대한 복지는 보호와 해소 정도지, 실제적인 대안을 주는 복지제도는 아니었다는 것이 아쉽다.
저자는 책 속에서 현재의 우리와 조선의 복지제도를 비교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저 단편적인 지식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한계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명확히 꼬집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이해도 빨랐고 나름의 사이다 서술도 마음에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 사람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미래의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걱정을 넘은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데, 조선의 연금제도인 환곡 역시 상당한 폐해로 결국 조선의 경제와 정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확실한 제도 보안이 필요한 것 같다.
국민과 백성의 위치와 생각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나라의 복지제도는 중요하다. 복지제도가 어떻게 정착되는지에 따라 국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선의 복지제도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복지를 살펴볼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