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쟁이 사과 제제의 그림책
휴 루이스-존스 지음, 벤 샌더스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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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니 부모의 직접적인 잔소리보다는 책이나 매체 등을 통한 간접적인 전달 방식이 아이의 행동 변화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의 잔소리에는 아무래도 감정이 실릴 수 있지만, 책을 함께 읽게 되면 책 속 인물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행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된다. 그래서 아이의 문제적 행동을 알려주고 싶을 때 나는 종종 비슷한 상황의 책을 같이 읽는다. 그저 아이와 함께 읽고 간단한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그 어떤 이야기보다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책 속 주인공인 사과는 심술쟁이다.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신만 생각하고, 내 것만 주장하는 아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잘못이라는 인식도 없는 것 같다. 늘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과의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상처를 받는다. 배가 앉아있는 자리를 빼앗기도 하고, 작은 콩이 마시는 차를 빼앗아 마시기도 한다. 아마 이 책의 화자는 작은 콩이 것 같다. 누군가 심술쟁이 사과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삽화를 보니 작은 콩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자신이 당한 것을 통해 사과의 심술을 모두에게 폭로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과가 바뀌길 바라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책의 대부분이 사과가 저지른 심술궂은 이야기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당하기만 한 친구들의 복수담이 담겨있어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사과는 지극히 가해자고, 다른 친구들은 지극히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아마 사과는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만 심술쟁이 짖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과가 결국 까불다가 큰 코를 다친다.

 

 

 

외국 저자가 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라지만, 우리말 사과에는 이중적 뜻이 담겨있다. 과일 사과뿐 아니라, 잘못에 대한 인정을 뜻하는 사과하다의 뜻처럼 말이다. 과연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을까? 물론 이미 쏟아진 물처럼 주워 담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친구들이겠지만, 진심의 사과는 꼭 필요하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사과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특히 사과가 벌이는 심술궂은 행동을 보고 아이는 매 장을 넘기며 "아휴. 또 심술부리네..., 못 말리겠다 진짜." 같은 말을 계속 털어놨다. 한편, 아이의 말을 들으며 나 또한 피식 웃음이 났다. 사과가 한 행동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도 툭하면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대놓고 비난할 수는 없지만, 같이 읽으며 조금이나 행동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심술쟁이 사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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