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따지자면 클론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권리라는 게 없다. 그들은 그저 시험체일 뿐이다.
그들은 대역이자 장기이식을 위한 농장, 혹은 연구 소재일 뿐이다.
잠깐만 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생물의학 폐기물이 된다.
그들은 일회용이다.
어린 시절 세계 첫 포유류 복제가 성공했다. 복제 양인 돌리였는데, 당시 복제 양 탄생은 참 쇼킹했던 기억이 있다. 근데 이 책의 제목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아내 앞에 붙은 "일회용"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일회용은 한번 쓰고 버리는 지극히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책의 표지 또한 마치 공장 기계에서 찍어내듯이 똑같은 모습의 여성들이 담겨있다. 자극적인 제목 탓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과학계에 무척 권위 있는 뇌프만상을 수상한 여성과학자 에벌린 콜드웰. 그녀가 낸 성과는 복제인간이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대단한 업적을 이룬 그녀임에도 다 가질 수는 없는가 보다. 과학자인 남편 네이선 콜드웰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에버린과 네이선의 관계가 급속도로 틀어지게 된 계기는 아이 때문이었다. 막 성과를 이뤄내고 있던 에벌린은 연구를 미루거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 또한 과학자기에 그녀를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고, 그랬기에 그녀는 네이선과 의논 없이 중절을 택한다. 하지만, 네이선은 달랐다. 과학적 업적도 중요하지만 그는 가족을 가지고 싶었다. 자신의 아이 말이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네이선은 외도를 한다. 연구로 바쁜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조수인 세예드가 남긴 메모의 이름을 본 순간, 에버린은 표정관리를 할 수 없다. 바로 남편의 외도녀. 아니 전 남편의 약혼녀인 마르틴이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달라는 마르틴의 전화에 약속을 잡는 에벌린.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녀는 구면이다. 구면을 떠나 에버린과 똑같이 생긴 그녀 마르틴. 왜냐하면 그녀는 에버린의 복제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마르틴을 본 순간 에버린은 당황한다. 마르틴이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빠는 네이선이었다. 임신 여부를 떠나 에버린이 당황한 이유는 그녀는 생식이 불가능한 클론, 복제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임신을 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그녀가 임신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로부터 얼마 후, 갑작스러운 마르틴의 전화를 받게 된 에버린. 마르틴을 본 순간,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감지한다. 피투성이가 된 그녀. 그리고 전 남편인 네이선이 시신이 되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주제 자체부터 쇼킹하다. 아내를 복제한 클론과 바람을 피우다 못해, 임신까지 시킨다. 복제인간은 권리가 없는 시험체일뿐이라지만, 복제인간도 엄연히 생명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회용품처럼 만들어 낸 존재라니... 복제인간 이야기뿐 아니라 부부관계, 생명윤리, 젠더 문제 등 여러 가지 생각할 문제들을 가득 내포하고 있어서 그런지 정신없이 읽어나갔던 것 같다. 과연 윤리와 도덕을 어떤 잣대로 들이대야 할까?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