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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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라는 부제가 가슴 가득 들어왔다. 아들을 키우고 있진 않지만, 남편만 봐도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걸 참 어색해한다. 근데 편지라니...

어려서부터 매 생일이면 아버지는 손 편지를 써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나 역시 편지를 쓰는 것, 받는 것이 참 자연스럽다. 반면 남편은 편지를 쓰는 걸 참 힘들어한다. 그 흔한 연애편지 한번 못 받아보고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남편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쓴 편지가 딱 한 번 있었는데, 큰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만삭 촬영을 할 때였다. 물론 촬영 스태프가 써야 한다고 해서 쓰긴 했다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그 편지를 잘 간직하고 있다.

서론이 길었지만, 부모에게 자녀는 참 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때론 더 해주지 못해서 안쓰러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여러 권의 책으로 안면이 있는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20통의 편지가 담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사실 놀라웠다. 수학자와 편지는 왠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지는 지극히 문과적인 작업같이 보였으니 말이다. 생각보다 책 안에서의 모습은 정확성을 요구하고, 소위 천재적인 수학 자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 물씬 풍겼다. 물론 가십이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일에 관한 것이나 어린 시절 아이와 함께 읽고 보았던 작품들, 자신이 머물고 있는 풍경들처럼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들이 편지 속에 녹아있다. 책을 읽다 보니 김민형 교수의 아버지도 궁금해졌다. 그의 아버지 또한 그에게 여러모로 깊은 지식을 전해줬던 것 같다. 지식의 대물림이라고 해야 할까?

홀로 지내며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또한 자신이 뜻깊게 느끼고 본 것을 편지에 눌러 담아 그는 아들 오신에게 편지를 쓴다. 사실 수학자인 아버지의 직업을 이해하는 것, 아버지가 연구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신의 연구에 관한 것이나,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편지 속에 담는다. 물론 그 이야기 속에는 시대와 주제를 아우르는 많은 주제가 담겨있다. 특히 신선했던 것은 편지마다 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들과 같이 외우고 있는 시, 어린 시절 자장가 삼아 불러줬던 시 외에도 우리 또한 익숙한 시나 찬송가 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가 등장한다. 내 경우 여전히 난해하고 친하지 않은 분야가 시인지라, 편지 속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시가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아들을 보며, 저자는 2014년에 낸 책에 살을 붙여서 펴낸다. 상당히 시간이 흐른 후의 글임에도 여전히 통찰력 있고, 따뜻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있다.

생각해 보면 내 생일마다 손 편지를 써주는 아버지를 가진 나 또한 저자의 아들 오신 만큼이나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저자처럼 인문학적 지혜들이 담겨있는 편지는 아니지만, 아버지의 사랑만큼은 저자의 책만큼이나 듬뿍 담겨있었던 것 같다. 이제 나이가 들어 나 역시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나 역시 내 아이들에게 아버지처럼, 저자처럼 사랑이 담긴 나만의 편지를 전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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