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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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참 어려워한다. 시 안에 담겨있는 뜻을 아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지, 시보다는 산문을 읽는 게 더 편하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자는 계획을 세우기에, 매년 시집 한 권 이상을 읽자는 목표를 정하고 읽는다. 어떻게 보면 올해는 새해 계획 하나를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낸 것 같다. 목신의 오후라는 제목은 들어본 기억이 있다. 물론 무슨 뜻인지도, 어디에 등장하는 제목인 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가수들도 콜라보가 유행이듯이, 이 책 또한 콜라보다. 근데 콜라보의 조상님 격이라 할 수 있겠다. 목신의 오후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작품 64편과 화가 앙리 마티스의 에칭화 29점이 같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읽고 느낀 바를 에칭화(판화의 한 종류. 금속판을 산으로 부식시키는 에칭의 방식으로 찍어 낸 그림이다. 펜이나 연필로 종이에 직접 그리는 것과 같이 선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 네이버 백과사전 중)로 표현 한 것이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미술과 시의 콜라보라니... 다행히 둘 다 어렵지만, 둘이 함께하니 시너지효과로 시만 읽을 때 보다, 그림만 볼 때 보다 한결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사실 부끄럽지만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도, 에칭 화가 앙리 마티스도 내겐 초면이었다. 그저 작품의 이름만 들어본 기억이 있을 뿐... 스테판 말라르메가 보들레르와 랭보와 비슷한 시기의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시에 비해 화려하거나 퇴폐적인 삶을 살았던 시인들과 달리 그의 삶은 생각보다 평범했다는 사실이다. 신기하게도 평범한 삶과 달리 책 속에서 만난 시들은 반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성애에 대한, 사랑에 대한 표현들도 있고, 상상 속 이야기같이(목신처럼) 다른 차원의 시들도 있으니 말이다. 시뿐 아니라 그림도 마찬가지다. 선 몇 개가 작품으로 변한다. 색채가 강렬하거나 묘사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선과 원 만으로 화가가 원하는 것이 선명히 드러나서 두 예술가의 작품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잘 어우러졌다.

사실 여전히 말라르메의 시는 어렵다. 완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 끝부분의 작품 해석을 읽어보니 원래 말라르메의 시가 묘사와 숨은 뜻이 참 많아서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관사를 많이 사용하는 터라 번역하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그나마 우리 말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번역되었기에 읽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말라르메의 가장 유명한 시이자, 이 책의 제목인 "목신"의 의미가 궁금했다. 참고로 목신은 숲, 사냥, 목축을 맡아보는 신으로 반은 인간, 반은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리스 신화의 판(Pan)을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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