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심리학 이론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의미심장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형 추리소설 일명 케이 미스터리의 유명 작가들이 책 한 권에 모였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중심으로 단편소설 6편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들인데, 미스터리 물이나 추리소설 같은 느낌의 작품도 있지만,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 이야기나 반전이 기막힌 이야기도 등장한다. 주된 인물들이 학생들이고,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학교다. 그렇다면 깨진 유리창 이론은 소설 속 이야기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6권의 단편소설의 제목을 살펴봤는데, 특이하게 어느 작품도 깨진 유리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더 궁금하다.
책 속에는 상처받은 아이들이 종종 등장한다.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교사들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그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한번 깨진 신뢰는 회복이 쉽지 않다. 문제는 친구 간의 관계도 그런데, 사제지간은 어떨까? 부부간에도 작고 작은 사건을 계기로 신뢰에 금이 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물며 교사와 학생 간에는 더 예민하지 않을까? 적어도 교사와 학생은 존경을 나누긴 해도, 보통 사랑을 나눈 관계는 아니지 않은가?
서론이 길었다. 책 속 이야기는 각자의 색이 뚜렷하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마지막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또렷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그렇기에 각자가 품고 있는 색도 다르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등장한 정해연 작가의 소설 " 넌 몰라"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미래의 꿈을 위한 노력은 많은 포기를 부른다. 일명 기회비용 말이다. 아이를 낳고 보니 해달라는 것, 갖고 싶은 것을 다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 참 속이 상하다. 근데, 자녀는 그런 부모의 마음을 모른다. (그에 대한 깨달음은 부모가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피아니스트를 꿈꾸지만 예고 시험에서 떨어지고 일반 고에 진학한 최준경은 음대 진학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지만 부모를 졸라 일주일에 두 번 레슨을 받고 있고, 음악부장을 하며 학생부 기록에도 신경을 쓴다. 사실 매번 음악시간마다 반주는 그의 몫이었다. 그 아이 배도혁의 유튜브 영상이 뜨기 전까지는 말이다. 도혁의 유튜브 영상 이후 준경은 잊힌 존재가 된다. 근데, 도혁은 음악을 취미로 한단다. 엄청난 속주를 보고 준경은 기본이 안 돼있다 치부하지만, 치솟는 도혁의 인기와 더불어 학교 축제에서 그동안 준경이 맡던 피아노 독주를 빼앗기자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다. 그런 준경은 레슨 중 피아노 뚜껑을 놓쳐 손에 큰 부상을 입을 뻔한 일을 겪은 후, 도혁에게 복수를 할 생각을 품게 되는데...
복수라고만 읽힐 이야기에 생각지 못한 반전이 등장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할까? 그 반전을 접하고 정말 헉하고 소름이 끼쳤다. 과연 누가 피해자일까? 짧지만 잊히지 않는다. 역시라는 말 밖에는...
각 작품 말미에 담긴 작가들의 메시지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신의 이야기도 곁들여져 있다 보니 에필로그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다. 케이 미스터리의 작가들을 한 권에서 만나니 참 좋다. 종종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