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화가 다른 곳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 것 같다. 이 소설의 작가인 앤지 김은 중학교 시절 가족이 전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쓴 소설 속에는 이민을 가서 느끼게 되는 이민자 가정의 어려움과 더불어 세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실제 소설을 쓰기 전 변호사로 일했던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는 소설 속 사건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이야기를 던져준다.

미국 이민자 가정인 박 유과 영 그리고 딸인 메리(매희) 유는 미라클 크리크에서 고압 산소 치료시설인 미라클 서브마린을 운영하고 있다. 고압 산초 치료시설을 이용하여 자폐증을 고치려는 부모들이나 불임치료에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고가 일어나는 그날 2008년 8월 26일 저녁에 6명이 들어가 있던 미라클 서브마린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고로 엘리자베스 워드의 자폐증을 앓는 아들 헨리 워드와 역시 자폐증을 가진 TJ의 엄마 킷 커즐라우스키가 사망한다. 이 사고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헨리의 엄마인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아들과 친구 킷을 살해하고 아동학대와 방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아이들과 보호자가 같이 입실해야 하는 서브마린 안에 유독 사건이 일어난 날 킷에게 아들 헨리를 맡기고 들어가지 않은 엘리자베스. 재판이 시작되고 사건 당시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증인으로 등장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력해 보이는 범인 엘리자베스와 증인들의 증언이 계속될수록 그날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당장 체임버 서브마린의 기사인 박 유는 현장에 없었다. 아내인 영에게 체임버를 맡겨놓고 시위대에 참여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에게 자신이 자리를 지켰다는 거짓말을 시킨다. 자신은 죄가 없고 이 재판에서 엘리자베스(혹은 자신이 아닌 타인)가 범인이 되어야만 폭발한 체임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아 그걸로 미국 생활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임치료용으로 서브마린을 사용하고 있는 의사 맷 톰프슨, 16세 뇌성마비 딸을 가진 엄마 테리스 산티아고도 드러나는 진실과 다른 실제적인 사실을 품고 있다. 모두가 진실을 이야기한다지만, 실제 진실과는 차이가 있다.

과연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괴물은 누구일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재판의 과정이 진행될수록, 이야기하는 화자에 입장에 따라 사건은 다각도로 보이면서 점차 퍼즐이 맞춰져간다. 그리고 남은 어머니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건강한 아이를 키우면서도 쉽지 않은 육아인데, 아픈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심정은 어떨까? 예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인 초원의 엄마의 대사가 소설을 읽는 내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이가 나보다 하루 먼저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그 한마디가 무슨 의미인지 뼈에 사무친다. 과연 엘리자베스가 헨리에게 한 행동들 중 일부가 아동학대일 수 있지만,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그런 잔혹하고 일반적인 아동학대와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아이가 아프게 태어난 것 자체만 해도 죄책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해서 잠깐이나마 아이에게 벗어나고 싶은 생각조차 자책하는 엄마의 모습들을 통해 그들을 치유해 줄, 그들의 마음을 돌봐 줄 엄마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