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그리다 - 예술에 담긴 죽음의 여러 모습, 모순들
이연식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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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둡고 습하고 무섭다. 아마 누구나 가야 하는 길이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본 죽음의 이야기를 정확히 풀어낼 수 있는 이가 없기에 죽음은 더욱 두려운 것 같다. 사랑만큼이나 예술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죽음이다.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예술 속의 죽음은 예술가 자신의 생각이 선명하게 담겨있다. 책을 통해 동일 인물의 죽음을 그렸음에도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표현되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책 속에는 8개의 죽음에 대한 테마가 등장한다. 천재라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죽음을 시작으로 예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고 다채롭다. 노년의 죽음, 전쟁 속 죽음, 살해당하거나 암살, 스스로 죽이는 자살 등 죽음의 모습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보지 못했던 장면을 상상 속에서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한다. 사진이 아니기에 그림 속에는 창작한 모습들이 등장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 많이 등장하는 프랑스 정치인이자 저널리스트였던 마라의 죽음은 어떤 예술가에 의해 그려지느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실적이기보다는 작 중 의미를 담고 있기에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책 속에는 성경을 배경으로 한 죽음의 이야기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예수를 비롯하여 사울, 나 자로(나 소로)에 대한 성경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연 당신은 어떤 죽음을 원하는가? 가장 행복했을 시간의 죽음, 쾌락 속에서 죽음, 정리할 시간을 가진 후의 죽음... 책을 읽으며 십수 년 전 들었던 한 지인의 죽음이 생각났다. 그의 소원은 침대 위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현직에서 일하면서 죽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본인의 소원대로 그는 자신의 일을 하다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결국은 일어나지 못했다. 본인에게는 명예로울 수 있겠지만, 그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가족들과 지인들에게는 사실 상처가 되는 죽음이었다. 명예로운 죽음이란 무엇일까? 타인을 위해 목숨을 내어주는 죽음이라 말하겠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죽음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상처가 된다.

예술작품을 통해 죽음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서 색달랐다. 작품들 만큼이나 저자의 글이 참 와닿았다. 죽음에 대한 저자의 담론 속에서 다시 한번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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