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인문학의 스테디셀러 지대넓얕의 작가 채사장의 첫 장편소설을 만났다. 제목도, 표지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리달송했다. 제목은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소마.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소마의 삶은 생각할 거리를 가득 담고 있었다.

마을 중앙의 사원 뒤 객사 같은 흙집에서 태어난 소마. 사원과 근거리에 있다는 것은 그의 부모의 직업을 알게 해준다. 아버지는 사원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소마는 태어나면서부터 자라면서 사원과 가까이하며, 부모로부터 신에 대한 생각을 하며 성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으나 신전이라는 공간이 중요하고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소마는 제단 앞에만 서면 위축되었다. 그 제단에서 짐승을 잡고, 제사를 올렸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활과 화살 통을 들고 길을 나선 소마. 아버지가 쏘아 올린 화살을 찾을 수가 없다. 아버지가 쏜 화살을 찾아야만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소마는 화살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비를 만난 소마는 다리를 다친 들개를 발견하고, 들개와 함께 동굴로 피한다. 그 동굴 근처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는 소마. 비를 피한 동굴에서 소마는 이상한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화살을 찾게 해주는 대신 그 내면의 소리는 소마에게 세 가지를 바치라고 이야기한다. 첫째, 나를 경배하라. 둘째, 나에게 복종하라. 셋째, 들개를 제물로 바쳐라. 처음에 두 가지는 어렵지 않았지만, 들개를 바치라는 말에 소마는 왠지 모를 가슴 가득한 슬픔을 느낀다. 결국 소마는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았고, 목소리는 소마에게 마을로 가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다.

그렇게 돌아온 마을에서 소마는 끔찍한 광경에 처하게 되고... 그 일은 소마의 일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종교적 이미지가 책 속에 가득하다. 그 종교는 성경의 냄새가 난다. 2부부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은 성경 속 인물을 차용해왔다. 바로 한나와 엘가나 그리고 사무엘. 연관 짓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불임이 마치 자신이 지은 죄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며 회개를 하는 한나. 그런 한나를 지켜보기만 하는 무능한 남편 엘가나. 이교도의 아이라고 내쳤지만, 왠지 모를 이끌림에 한나는 소마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는 그녀가 가진 재산마저 탐내고, 마치 불임이 신의 노함이라는 노골적인 이유를 대며 자신의 서자를 양자로 보낸다. 그와 만남을 갖는 소마...그리고 그 만남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소마의 삶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자신이 탐욕을 마치 진리인 듯, 신의 뜻인 듯 포장하며 정당화시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마가 동굴 속에서 만난 목소리는 과연 누구였을까? 인생에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잃게 되었을 때 과연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삶이라는 어떤 것을 담고 있는 것일까? 특이하고, 생각할 여지를 가득 던져주는 의미심장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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