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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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판으로 만나게 된 웨하스 의자. 17년 전 소설이었다니, 놀랍다. 지금 읽어도 그리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으니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그녀만의 느낌이 있다. 무덤덤한 듯 나긋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마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처음 제목을 읽었을 때 그 뜻이 마냥 궁금했다. 웨하스는 샌드위치처럼 웨이퍼 사이에 크림이 발라진 과자를 말한다. 사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과자는 웨이퍼인데 일본 발음이 웨하스란다. 이 웨하스는 부드럽지만, 그만큼 부스러기가 많다. 약하디 약하다. 그런 웨하스로 만든 의자라... 책 중반부에 웨하스로 만든 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의미지가 사랑에 담겨있다.

예술가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그녀는 터울이 있는 여동생이 있다. 6년째 연애 중인 여자. 근데,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녀의 애인은 딸이 있는 유부남이다. 즉, 불륜 관계다. 그녀 역시 어머니처럼 미술을 한다. 스카프 디자이너인 그녀. 그녀의 삶은 그리 외롭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돌봐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애인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끔 여동생이 찾아오기도 한다. 여동생과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왠지 모를 마음의 균열이 조금씩 생긴다.

그녀는 고아다. 아버지가 먼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차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가령 택시를 애용했는데 처음에는 개인택시만 타고 다녔다. 물론 나중에 바뀌긴 했지만... 그런 아버지가 친구와 낚시를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이러니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가 남겨진 세 모녀. 처음에는 한 집에서 살다가 하나 둘 독립을 하고 결국 셋은 각자 다른 곳에 사는 가족이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다. 특이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죽음은 슬프지 않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 죽음은 일상처럼 누구나 겪는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애인에게 묻는다. 내가 죽으면 슬프겠냐고...

결혼을 한 내 입장에서는 주인공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 보다 애인의 아내의 입장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너무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그녀의 선택을 보며 예쁘고 먹음직스럽지만, 쉽게 부서지고 마는 약한 웨하스처럼 그녀의 마음도, 사랑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지금 읽어도 불륜은 색안경이 껴지는데, 17년 전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파격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되고 와닿을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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