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국가
유희숙 지음 / 재도전사관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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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읽었을 때 내심 궁금했다. 정치서인걸까? 아님 소설인가? 깨알같이 적힌 추천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헷갈렸던 것 같다. 막상 읽어보니, 피부에 와닿는 실 경험에서 나온 소설보다 더 다이내믹한 실존기였다. 다시금 기회를 얻기 위한 분투기라고 해도 될 듯하다.

우리 사회는 실패한 사람을 향한 시선이 상당히 곱지 않다. 비단 이것은 사회에서뿐 아니라, 학창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다. 아마 경쟁 사회에 들어서기 시작했을 때부터 누군가를 재끼고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들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저자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단독 영화제작자였다.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신용불량자와 부도라는 실패 아닌 실패를 경험한 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처절한 단면을 책 안에 풀어내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 역시 참 속 편한 생각을 하고 살았을 것 같다. 신용 회복과 파산, 면책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생각들 말이다. 얼핏 몇 다리 건넌 어떤 지인이 파산 신청을 하고 빚을 면제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파산을 하면 빚이 사라진다?! 그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하는 내 생각은 저자의 글을 읽으며 완전히 깨졌다. 파산과 신용 회복 등도 특정한 요건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신의 명의 통장과 신용카드를 개설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는 것도...

문제는 실패를 보듬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한 국가기관의 담당자조차 그리 다르지 않은 생각들을 품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한 번의 실패가 마치 앞으로의 모든 기회까지 박탈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다시 도전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함에도 말이다.

저자의 책은 지극히 실제적이다. 본인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실패와 재기의 경험이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단법인 한국 재도전 중소기업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고, 책을 썼다. 자신이 그동안 겪어냈던 영화판에서의 이야기뿐 아니라 재도전의 경험을 하며 피부로 겪었던 문제점들과 정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창업을 위한 필독서라 하지만, 관련된 국가기관 담당자들 또한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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