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배경에 자연스럽게 가닿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다른 문화권이라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때론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한 이야기를 통해 다르게 보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보편적 교훈에 도달하기도 한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의 배경은 인도. 그중에서도 빈민가다. 스모그가 자욱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기 질이 안 좋고, 넝마주이 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보라색 전철의 종착지에 이 책의 주인공인 자이와 가족들이 살고 있다. 소설의 시작은 멘탈이라는 넝마주이 대장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른 대장들과 다르게 멘탈은 넝마주이 아이들을 아꼈다. 이용해먹으려고 하기보다는, 챙겨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에 아이들은 그런 마음을 담아 멘탈이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그러던 멘탈이 사망하고, 넝마주이 아이들은 다른 대장에게 속하지만 죽어나 크게 다치기도 한다. 너무 힘든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멘탈의 본명을 부르게 되고, 그러면 아이들에게 멘탈의 정령이 찾아온 것인지 한 끼를 때울 음식이나 공돈을 줍기도 한다. 멘탈같이 좋은 정령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쁜 정령도 있다. 나쁜 정령은 특히 아이들의 영혼을 훔쳐 간단다. 아이들의 영혼이 맛있기 때문에...
어느 날, 자이의 친구인 바하두르가 행방불명되었다. 5일이 지나서야 바하두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 술주정뱅이이자 가정폭력을 일삼는 바하두르의 아버지 라루와 바하두르의 엄마는 경찰에 아들의 실종을 신고하지만, 돈을 받는 비리 경찰이 빈민가 아이 실종에 관심을 둘 터가 없다. 결국 드라마 경찰 순찰대를 좋아하는 자이는 탐정이 되어 친구인 파리, 파이즈와 함께 힘을 합쳐 친구 바하두르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워낙 인구가 많기도 하고, 먹고사는 게 주된 일상인 빈민가인지라 경찰과 교사를 비롯한 책임 있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부모와 이웃들만 발을 동동 구를뿐이다. 하루에도 180여 명씩 실종되는 상황이 소설 속에서 피부로 와닿게 등장한다. 하나 둘 사라지는 친구들과 가족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서기 쉽지 않다. 돈만 밝히는 비리 경찰은 아예 상종도 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꼬마 탐정단이 나서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실종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요즘은 어린이집을 등록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지문 등록을 하게 되어있다. 지문등록이 되는 경우는 실종되어도 찾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한다. 물론 인도 빈민가에 그런 예산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소설 속에는 두 종교가 대립되기도 한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힌두 문화권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정령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낯설지만 그래서 신선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실종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리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버스 뒷좌석에서도 성폭행이 이루어지는 인도인지라 실제적일지도 모르겠다. 각 장에 제목이 마치 이야기의 연장선상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도 신기했고, 각 장의 첫 제목은 늘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로 시작하는 것도 꽤나 눈에 띄었다.
멘탈과 넝마주이 소년들의 이야기가 왜 등장했을까 싶었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카드였다. 노래처럼 불리던 나쁜 정령 이야기 또한 그 뜻을 알고 나니 의미심장했다. 더럽고 추한 사회의 이면에 자이와 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이 또 다른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