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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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다. 사람이 죽게 되면 죽음에 이른 원인이 확실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병원에서 생을 마치는 경우가 상당하다. 무슨 일이든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범죄에도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물론 묻지마 범죄도 많긴 하지만, 묻지마범죄를 한 원인이 있을 테니...)

단편소설집이다. 각 이야기는 연관이 없다. 하지만 뭔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전혀 다른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기묘하다. 5개의 단편 소설이 등장하고, 상당수 단편소설집이 그렇듯 책 속에 담겨있는 한 작품의 제목이 전체 제목이 되었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그중 첫 번째 작품이다. 제목을 읽으며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작품 속 등장하는 한 인물의 말이었다.

다섯 편의 작품 중 제일 묵직한 소름이 끼치는 작품은 역시나 첫 번째 작품이었다. 일본은 왕따 문화가 참 발달(?) 한 것 같다. 학교폭력인 이지메뿐 아니라 무라하치부, 무라주부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듣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귀농하는 경우나 섬의 경우 외지인에 대한 경계나 텃새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일본의 무라하치부나 무라주부는 당혹스러웠다. 무라하치부는 공동체 생활에서 장례와 화재에 대처하는 걸 제외하고는 일절 교류를 끊는 제재 행위를 말하고, 무라주부는 장례와 화재조차도 제외되는 행위를 말한다. 하가키 마을은 무라하치부와 무라주부가 상당한 마을이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해서, 누군가 외지인이 오게 되면 이상할 정도로 쳐다본다. 할머니의 유골함이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료이치는 애인인 미즈에와 함께 기차를 타고 외갓집으로 향한다. 사실 미즈에와는 4년 넘게 교제한 사이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료이치는 섣부르게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료이치의 외조모가 살인자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미즈에는 그 사실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기차를 타고 외갓집으로 가던 중, 미즈에는 료이치의 외조모에 대해 묻는다. 사실 료이치가 겪었던 외조모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경험 몇 개를 예로 들어도 절대 살인자가 될 것 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외조모가 자신의 시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조모는 다른 마을에서 하가키 마을로 시집을 왔다. 시집온 지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외지인 취급하는 마을 사람들. 거기다 증조할아버지가 치매와 암에 걸린 후 옛날 했던 수문 개방을 해서 마을에 적잖은 피해를 입힌 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료이치의 할머니에게 무라하치부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할머니는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아버지를 살해한다. 그녀는 왜 시아버지를 살해한 것일까?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 외할머니에게 고스란히 돌아와서일까?

각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범죄의 동기라고 할까? 사건마다 다양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도 담겨있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추리 소설의 느낌도 든다. 각 작품마다 키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당신의 선택은 어떨까? 과연 그들의 선택을 공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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