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것은,
어둠의 속도는 빛의 속도만큼이나 흥미롭고 어쩌면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누군가 알아낼까?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는 조금 특이한 아이가 있었다. 나랑 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미술시간 색종이를 마구 찢어서 던지고 덕분에 자리가 지저분하다고 혼이 나는 건 나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았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나를 꼬집기도 했다. 처음에는 바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과학시험만 유독 100점을 맞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경증의 자폐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을 하면 출산할 때까지 참 걱정이 많다. 여러 번에 걸쳐 기형아 검사를 받기도 하고, 매달 초음파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막상 출산할 때까지는 마음을 졸인다. 의학이 많이 발달했고, 웬만한 기형아의 경우 미리 검사를 통해 선별이 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모든 영역(특히 뇌 영역)에서 선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연 미래에는 어떨까? 루 애런데일은 마지막 세대의 자폐인이다. 이후로는 태아 검사에서 자폐를 선별해낼 수 있게 되었다. 루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루가 속한 A 팀은 모두가 자폐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지만 그들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꽤 성과가 좋다. 루 역시 일반인의 눈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패턴을 쉽게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같이 피자를 먹기도 하고, 때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을 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상담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치료 이후에 루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들의 뛰어난 능력에 대해 회사에서는 편의시설을 제공해 준다. 나름의 불만은 없는 생활을 이어가던 중, 부장으로 크렌쇼가 온다. 그는 A 팀의 속한 자폐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팀에 제공하는 편의시설이 못마땅하다. 그래서 크렌쇼는 A 팀의 자폐인들에게 정상화 수술을 강요한다. 말이 수술이지 실험에 가까운 상황 속에 놓인 루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문화충격이 있었다. 당연히 자폐인으로 정상인이 되기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폐인 루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라서 그런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판단은 과연 누가 하는 것일까? 당연히 평범한 일반인들은 정상, 자폐인은 비정상이라는 것은 진리이자 불변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며 그 경계조차도 이기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를 비롯한 팀원들 모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있다. 단 하나의 잣대로 그 모든 것을 재단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자폐인의 시선으로 쓰인 책인지라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진 않지만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 속도감이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