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여행보다는 집콕을 좋아했기에 여전히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하지 말라면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집콕을 좋아하는 나도 여행길이 막히자 괜스레 답답하고 코에 바람이 자꾸만 넣고 싶어졌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아쉽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간접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여행 에세이 같았다. "인문"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왠지 모를 거리감에 살짝 얼기도(?) 했지만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여행 에세이와의 차이점이라면 저자는 문학작품 속 장소를 주로 찾아서 그곳에서 사색하며 작품과 연관된 생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발 닿는 곳을 향했다기보다는, 목적을 가지고 작품 속 도시를 방문하고 사색했다고나 할까?
우리나라 속 여행도 담겨있지만, 책 속에 내가 방문한 곳은 아쉽게 한 군데도 없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후에라도 가볼 곳이 많으니 오히려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으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듯한 뿌듯함이 있었다. 접해보지 못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여행지를 밟으며 저자를 통해 경험한 간접 여행을 했기 때문이다.
비틀즈 세대는 아니지만, 주옥같은 비틀즈의 명곡들과 더불어 존 레논의 고향인 리버풀을 시작으로 저자는 유럽과 미국, 일본과 중국, 아시아 이곳저곳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를 돌아본다. 아마 그만큼 많은 작품들을 만났기에 여행지에서 느끼는 설렘이나 기대감이 더 증폭되었으리라.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와닿았던 곳은 스페인의 라만차라는 곳에서의 이야기였다. 그 유명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배경지가 되는 곳이 바로 라만차였다. 2,0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양인지라 아직 완독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다. 1605년 출간되었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400년이나 지났다는 것도 놀라웠고,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같은 날 사망했기에 유네스코 총회를 통해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선포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인생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운명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돈키호테 순례길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니, 무척 궁금해졌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돈키호테지만 꿈에 미쳐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 도시였다. 여행은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그 낯설고 어색한 것이 오히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보통은 사람이 적고 유명하지 않고 조용한 곳을 사색하지만, 도시를 걸으며 새로운 생각을 충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