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지 마
박광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라는 존재는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꼭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다. 사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엄마의 손길이 오히려 더 필요하게 되었다. 다친 아이를 데리고 119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을 때, 둘째 임신 중 급체로 숨쉬기가 어려웠을 때, 둘째를 낳던 날 새벽 양수가 터졌을 때... 5분대 기조 엄마는 언제 전화를 해도 바로 달려와주셨다. 그리고 엄마의 손길이 닿고 나면 모든 문제가 마치 마술처럼 제자리를 찾아갔다. 너무 미안하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내 옆에 있는 것만 해도 한결 편안해졌다.

광수생각의 박광수 작가의 "엄마, 죽지 마"라는 그의 삶에서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사모곡이다. 옆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후에 그 빈자리가 큰 것처럼 어머니 역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옆에 계실 때는 소중함을 몰랐고, 마냥 내 옆에 계실 줄 알았지만 막상 어머니가 떠난 후에 다가오는 텅 빈 느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작가는 책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등대기도 하고, 퀴즈의 찬스 같기도 하고, 횃불 같기도 하고, 과속방지턱 같기도 하고, 비누 같기도 하다고 했다. 자녀들을 위한 길잡이기도, 자신의 몸이 스러져 자식들을 키우는 희생의 존재기도 하다고 말이다.

그중 너무 와닿는 글이 있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무슨 일이 생겨서 전화를 할 때마다 엄마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무조건 달려와주신다. 저자 역시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기록했다. 이제는 다시는 쓸 수 없는 엄마 찬스가 그리운 날이 참 많을 텐데 그때마다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이 텅 비어 올 것 같다.

 

 

 

책 속의 편지를 읽다 보니 같은 경험을 했던 기억들이 살포시 떠올랐다. 그중 백 원짜리 동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몇 년 전 시어머니 화장대에서 발견한 만 원짜리 지폐가 떠올랐다. 우리 시어머니 화장대 유리에는 큼직한 옛날 만 원짜리 한 장이 껴 있다. 그냥 그런 만 원짜리인데 왜 유리 아래 껴 놓았는지 내심 궁금했었다. 도대체 무슨 돈일까? 비상금이라고 하기에는 구 권이니 바꿔야 할 듯싶었다. 알고 보니 남편이 처음 알바를 해서 벌었던 돈이라고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들의 첫 수고를 잊지 못하고 보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 역시 아이가 처음 쓴 글자, 그린 그림, 서툴게 접은 종이접기를 파일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남들에게는 그저 그런 쓰레기같이 보이지만 내게는 그 하나하나가 소중한 추억이다.

아마 저자 역시 그런 어머니와의 추억이 하나 둘 생각나서 그 마음을 책으로 기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내 두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엄마처럼은 못할 거 같다. 내 시간보다 자식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내 힘듦보다 자식의 힘듦에 더 마음이 쓰이는 엄마. 조금 더 오래 내 곁에 계셔주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