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저편 이판사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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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한 인물이 생각났다. 마광수 교수.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관련된 사건은 알고 있다. 외설적인 내용이 나오는 작품을 썼다는 이유로 현직 교수가 구속되고, 교직에서 쫓겨났다. 그 후 복권되고 다시 강의를 이어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도 하다. 물론 30년 가까이 지난 1992년의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쓰 유메이(본명은 마쓰시게 간나)는 작가다. 어느 날, 총무성 문화국 문화문예윤리향상위원회에서 소환장을 받게 된 마쓰. 소환장의 내용은 마쓰가 쓴 소설이 독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기에 청원서를 보냈으나 답이 없어서 출두를 요청(이라 쓰고 명령으로 읽힘) 한다는 것이었다. 마쓰는 선정적인 성애 소설을 썼다. 바로 그 작품이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근데 이 소환장이 좀 이상하다. 소환장을 보낸 곳도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가, 소환 장소는 역의 개찰구다. 그리고 숙박 준비물까지 챙겨오란다. 일반적인 경우와는 뭔가 많이 다르다. 날짜는 다가오는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곤부가 사라진다. 결국 소환장의 업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소설 잡지 편집자인 쓰지오카에게 전화를 걸지만 쉬는 날인지라 반갑지 않은 목소리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다. 동생 신야에게 곤부를 부탁하려고 했지만 동생도 일정이 있단다. 결국 소환에 응하기 전 곤부를 찾는 전단을 제작해 붙인다.

드디어 소환일. 소환장에 적혀있는 JR선 C역 개찰구로 가던 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바로 마쓰의 고양이 곤부의 소재를 알려주는 전화다. 근데, 곤부가 죽었단다. 그것도 쓰레기장에...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생각난 사람인 전남친이자 곤부를 주어온 가네가사키 유에게 연락을 한다. 하지만 그가 3개월 전에 자살했다는 유의 어머니의 문자를 받게 된다. 물론 곤부의 죽음도, 가네가사키의 죽음도 실제로 본 것이 아니기에 의심스럽기만 하다.

약속된 장소에서 문윤의 직원인 니시모리 이사오와 함께 이바라키 현 쪽에 바닷가로 떠나는 마쓰는 니시모리에게 질문을 하지만 정확한 대답은 해주지 않고 그런 상황에 화를 내는 마쓰에게 경고와 함께 감점을 주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도대체 이 감점이 뭘까?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백색의 3층짜리 요양소 건물에 들어선 마쓰는 B98번으로 불린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함께 갱생(?)의 시간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는데...

"표현은 자유지만 모든 게 다 자유인 건 아니죠.

그게 아니라면 이 사회의 모든 것이 제멋대로가 되고 맙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정말 실행된다면 소위 요양소 건물에 갱생을 위해 들어갈 작가들은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의 이야기만 하더라도 살인, 강간, 강도 등 적나라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근데, 누구를 위한 갱생일까? 아니 그 갱생의 기준인 소설 속 "올바른"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물론 예전 비디오 첫 부분에 나오는 안내문처럼 외설적이고 소위 수위가 높은 작품들의 경우 청소년들에게는 모방 범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모든 작품들을 전부 검열하고 아예 그런 작품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작가들을 잡아다가 갱생을 시킨다니...

색다른 주제와 색다른 방향성이 돋보이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처음 만나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 소설 속 주인공 마쓰와 소설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 닮았다는 편집자의 글을 읽고 보니 또 다르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창작의 영역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작품과 작가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니 말이다. 작가가 그리는 세계 역시 아무리 현실에 가까워도 창작의 세계일 뿐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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