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
오석종 지음 / 웨일북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은 

걸출한 철학자가 과거에 남긴 답을 답습하는 철학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만드는 철학이다.

때로 그 질문에 허점이 있더라도, 

어쩌면 그 질문이 더 많은 복잡함을 수반하더라도

현실에 맞닿은 철학적 탐구는

 언제나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로 끝나야 한다.

요 몇 년 사이 인문학이 대세가 되었다. 내 책장을 비롯하여 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에는 많은 인문학과 철학 책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학의 철학과는 인기가 없는 정도를 넘어서 폐지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저자는 이 고민을 시작으로 현대적 철학,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철학을 설명한다.

나 역시 철학이나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좀 더 쉬운, 초보자를 위한~"이란 제목이 붙은 인문학 책을 수도 없이 읽고 흥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 편에는 "철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라는 명제(혹은 선입견)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과학이나 그 밖에 현대의 어떤 분야도 소위 최신의 이론에 의해 과거 이론이 사라지거나 업데이트를 거치는데 비해 철학은 2,000년도 더 된 이론을 곱씹기만 한다는 것이다. 마치 묵은지처럼... 철학자들의 말은 과연 모두 옳고, 2,000년 전 그 이론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저 "진리"여서 손댈 필요가 없는 걸까?

저자는 이 책에서 과거 철학자의 말에 딴죽을 걸라고 이야기한다. 그저 답습하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때론 복잡해서 머리가 아플지라도 끈질기게 질문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철학 역시 과거의 이론들에 대해 철퇴를 가하기도 했고, 반론을 제기한 예(니체처럼)를 들기도 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은 첫 장에는 왜 우리는 철학의 업데이트가 필요한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첫 번째 장의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실제적인 철학의 질문들에 대해 구체적인 딴죽을 건다. 사실 그동안의 철학은 열혈 신자처럼 모든 말이 옳고,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면 이 책은 그런 철학 이론에 대해 사이다 반전을 제시한다. 가령 "겸손"이나 "진정한 나" 같은 개념들 말이다. 청소년기에 "나는 누구인가?" 혹은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등의 내 정체성을 향한 질문들을 많이 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진정한 나와 현실의 나의 괴리를 느끼며 좌절을 하게 되기도 하고, 결국에는 범접할 수 없는 진정한 나(?)의 존재에 포기를 하기도 한다. 근데 저자는 그런 우리의 생각을 꿰뚫고 속 시원한 답을 안긴다. 진정한 나는 없다고... 현실의 나가 존재할 뿐... 진정한 나는 신과 같은 이상적 존재라고 말이다. 그 밖에도 속 시원한 철학 이야기 속에서 소설 보다 더 재미있는 반전을 맛볼 수 있었다. 마지막 3장에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늘 치이고 고민하게 되는 삶의 이야기들이 녹아있기에 현실의 삶에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 우리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안겨주기도 한다.

책을 통해 답습이 아닌 끊임없는 질문만이 현대 철학에 꼭 필요한 자질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틀에 갇혀있고, 지극히 이상적인 삶에 나를 꿰어 맞추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내게 주는 공감과 위로 같다.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