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낯이 익었다. 치고지에 오비오마. 전에 읽었던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의 작가였다. 두 번째 만나는 그의 작품인 어부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이번에도 나이지리아와 이보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장인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의 발령으로 가족을 떠나게 된다. 이주에 한 번씩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 부유한 형편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중앙은행에 다닌다는 사실에 주변 친구들은 색안경을 끼고 대한다.(마치 부르주아인듯하게) 아버지는 여섯 형제(이켄나, 보자, 오벰베, 벤저민, 데이비드,은켐 )에게 서구의 교육을 시킨다.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형제들이 받는 교육이나 기독교 등은 마을에서 그들이 함께 섞이지 못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하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틈타 이켄나와 보자, 오벰베와 벤저민은 오미알라강으로 낚시를 하러 간다. 문제는 오미알라강이 마을에서 저주받은 강으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낚시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 몰래 그들은 낚시를 하게 되고, 네 아들이 오미알라강에서 낚시를 했다는 사실은 이웃을 통해 부모님께 전해지게 되고 아버지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게 된다. 그러던 중, 마을의 광인이자 예언을 하는 아불루로 부터 저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바로 큰형인 이켄나가 어부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문제는 이 예언이 이켄나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데 있다. 그렇게 죽음의 저주는 이켄나를 비롯한 형제들에게 올가미가 되게 되는데...

서양 교육과 기독교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하지만,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무속신앙적 요소와 섞이게 되어 오히려 더한 기복 신앙으로 변질된 듯한 모습이 등장한다. 과거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기존의 문화가 새로운 문화와 충돌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전 작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에서도 그랬지만, 나이지리아는 기복적(신화나 저주 등) 문화가 강한 것 같다. 사실 한 귀로 듣고 털어버렸으면 되었을 것 같은데, 사람의 마음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자꾸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 말에 걸려 행동이 변해버리고, 결국에는 삶이 변해버리는 모습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 한마디가 한 가정을 어떻게 집어삼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 속에서 안타까움이 자꾸 커져간다. 유약해 보이지 않는 이켄나 였음에도 아불루가 신통하다는 마을 분위기와 생각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나 보다. 생각에는 교육도, 종교도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저주가 관통한 가운데, 소중한 것을 잃은 후지만 다시금 보금자리와 가족을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희망이 조금이나마 보여서 다행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