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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을 잘 모르지만,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 그림보다는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림보다는 음악이 좀 더 쉽게 다가왔고, 어린 시절부터 그림보다 음악을 더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생기고, 부모가 되고 나니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참 크다. 그러나 그만큼 소모도 참 많다.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 그럴 때 위로나 공감이 되는 책을 읽을 때가 있는데, 그림으로 위로를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림이 기도가 될 때... 제목처럼 이 책의 저자는 종교인인 장요세파 수녀다. 사실 종교인이기에 "기도"라는 단어가 위로보다 더 와닿는 게 클 것 같지만 기도 대신 위로를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종교인의 저서이기에 등장하는 그림의 대부분이 성화나 종교적 색채를 띤 그림이 많다. 물론 그렇기에 종교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타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 거북스러울 수도 있겠다. (다행히 난 개신교라서 걸리는 이야기는 없지만,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조금 이질적이긴 했다.) 그럼에도 길지 않은 글을 읽어나가면서 나 또한 공감 가고 위로받는 경우가 상당했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장의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의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상처 입은 치유자. 치유자와 상처 입은 은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자신이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책의 내용이 기억났다. 물론 책 속에 등장하는 내용은 좀 다르긴 했다. 상처 입은 치유자, 상처 입은 불구자라는 제목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이야기는 3장에 첫 번째 등장하는 그림과 글이었다. 옷핀과 그 그림자가 등장하는, 보기에는 참 단순한 그림이었는데 그림과 함께 곁들여진 글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그림자가 옆 사람에게 드리워 피해를 줄지라도,
삶이란 어차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서로 나누어야 함을 알기에
미안한 마음 너머 평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내 위에 드리울 때면 자신 또한 그러함을 알기에
불편함을 받아안을 수 있습니다.
옷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옷핀은 참 유용한 도구지만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거나 부주의하면 오히려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렇다고 뾰족한 핀을 없애면 옷핀은 만들어진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부정적인(그림자로 표현) 면이 싫다고 없앤다면 과연 우리 삶은 편해지고, 아름답기만 할까? 자신이나 타인의 삶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사는 삶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참 많은 감동을 받았다. 안 좋은 면이나 단점을 고치고자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나뿐 아니라 타인을 향해서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통해 저자는 또 다른 수도의 모습을 그려낸다.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우리 삶에 깊이 있는 울림이 필요할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