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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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숲의 주인은 곤충과 식물, 나무 등 자연이에요.

우리는 여기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고요.

자연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니 잘 지켜줘야겠지요?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바로 매미다. 문제는, 매미가 너무너무 많아서 한 나무에 매미 허물을 30개가량 본 적도 있을 정도다. 특히 아파트 뒤편 놀이터 쪽 흙은 정말 뻥뻥 뚫린 구멍이 촘촘하게 나 있을 정도로 매미의 아지트다. 예전에는 보기 힘들던 매미가 한 발자국을 옮기기도 전에 보인다. 9층인 우리 집 베란다에도 하루에 몇 번씩 매미들이 인사를 오다 보니 덕분에 막 잠든 아이가 깨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나 역시 곤충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다섯 살 된 큰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곤충을 벌레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곤충 하면 혐오감이 적지만, 벌레라고 이야기하면 왠지 해충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저자 역시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기라듯 하듯, 벌레와 곤충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벌레와 곤충은 정의가 다르단다. 벌레에는 곤충을 비롯하여 소형 동물, 달팽이나 지렁이, 개구리나 뱀 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반면 곤충은 학창 시절 배웠듯이 머리. 가슴. 배로 나누어지고 다리가 여섯 개인 생물을 의미한다.

이 책은 "곤충" 수업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곤충은 얼마나 될까? 학자들은 5만 종의 곤충이 있을 거라 추정하고, 실제 발견. 연구된 곤충은 무려 1만 8천 종이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나 많은 곤충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곤충이 3만 2천 종이나 된다니 저자의 곤충연구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저자는 메뚜기목(neck이 아니라 생물의 분류계급을 뜻한다.)을 연구하는 학자다. 메뚜기가 주 전공분야긴 하지만, 책 속에서는 다양한 곤충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익숙한 곤충임에도 실제 이름인 학명은 참 복잡하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책 속에는 본인의 경험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곤충 자랑(?) 또한 담겨있다. 처음부터 곤충에 관심이 있어서 전공을 했다는 조금은 독특한 곤충 바라기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곤충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전공자의 저서이기에 사실 복잡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기우였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소설책 못지않게 흥미롭기도 했다. 덕분에 아이와 함께 곤충 수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자연에 대한 책에서 본 이야기가 겹쳐진다. 자연의 고목 하나가 숲에 주는 이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자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사람의 눈에는 썩고 필요 없는 나무처럼 보이지만 그 나무를 통해 수많은 생명들이 오늘도 삶을 이어간다는 것. 인간의 눈에는 볼품없어 보이는 벌레 같은 곤충이지만, 생태계 구성원으로 곤충은 정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덕분에 앞으로 곤충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긍정적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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