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 박여명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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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좋아진다. 몇 년 전 양주에 있는 국립 아세안자연휴양림으로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국적인 숙소와 함께 숙소 뒤편에 산이 있었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이어진 숲에 잠깐 서 있었음에도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맑은 공기에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이기에, 흙을 밟으며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긴 뿔을 자랑하는 멋진 수사슴이 숲 가운데 있는 표지를 보는 순간, 사슴이 부러워졌다. 바닥을 메운 초록색 생명들과 길게 뻗은 나무들 사이에 있으면 얼마나 상쾌하고 시원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연의 정화작용이 있음에도,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그를 거슬러 오히려 역행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전직 산림청 소속 공무원이자 숲 해설가, 산림 경영 전문가인 저자는 처음 숲을 접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그동안 경험하고 생각했던 바를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처음 산림청 공무원으로 숲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숲을 통해 많은 수익을 창출할까가 기준이었다. 그래서 좀 더 경영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숲을 파헤친다. 오래된 나무들은 베어내고, 죽어가는 나무들을 팔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에겐 변화의 기회가 있었다. 환경운동가의 꿈을 꾸던 저자였기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함께 변화를 일으킬 시장을 만나 조금씩 숲에 대해 가슴으로 알아가게 된다.

책 속에는 자연에서 느끼게 되고, 알게 된 것들뿐 아니라 현재 상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자연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게 보호가 맞는지 진지하게 자문하기도 한다. 진정 자연을 향한 마음보다는 지극히 관리해야 하는 도구 혹은 돈벌이 대상의 정도로 생각했을 때, 자연은 폐허가 되기 시작한다. 의미 없어 보이는 죽은 나무가 수많은 숲의 생명들의 안식처가 된다. 때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연을 보면 경이롭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자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인간이 자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 없는 개입이 자연과 숲에게 위해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자연을 자연답게 만들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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