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기억의 저편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요즘 한 티브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다. 특이한 제목의 이 프로는 범죄 관련 전문가들이 패널로 등장해 각 도시를 방문해 그곳에서 있었던 범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등장한 도시 중 한 곳이 대구였는데, 30년 전 일어났던 영구미제 사건인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을 다루었다. 당시 초등학생들이던 5명의 어린이가 와룡산으로 도롱뇽을 잡으러 갔다가 실종되었다.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나 역시 뉴스와 영화를 통해 여러 번 접했었다.

기억의 저편을 읽는 순간 바로 그 개구리 소년들이 떠올랐다.

김환이 10년 전 취재하던 쌍둥이 자매 나소영, 나인영과 친구였던 유동구 실종사건이 수면 위로 등장한 건 용무산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한 등산객에 의해 발견되면서다. 당시 김환과 담당 형사인 정인철 수사과장이 아이들의 행방을 찾아 용무산에 오를 때마다 쉬던 바로 그곳에서 말이다.

아이들의 실종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수십만의 경찰이 동원되어 산을 뒤졌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뜨거운 감자 같던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에서 지워지게 되었고, 담당 형사는 결국 치욕적인 모습으로 옷을 벗게 된다. 그렇게 덮였던 사건은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그리고 당시 사건 기록이 담긴 자료 그림을 보게 되면서 김환의 기억이 순식간의 살아난다. 쌍둥이 자매의 부모님이 심장마비로 일주일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던 일과 한 심리학과 교수에 의해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 나인수가 범인으로 몰려 집 벽을 뜯어냈던 일까지 말이다.

그러던 중 사건과 연관이 있던 사업가 이학진이 자신의 폐업한 사무실에서 피살된 채 발견된다. 이학진은 과거 나인수의 집 벽을 뜯어냈을 때 그 일을 담당한 포클레인 기사로 당시 받았던 2,000만 원을 다시 기부했던 사람이었다. 이학진의 피살과 세 아이의 유골이 발견된 일 사이에 뭔가 연결고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취재기자의 추리력이 발동하며 다시 사건 속의 기억을 끄집어 내기 시작하는데...

모티프는 개구리소년 사건에서 따왔지만,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이야기는 실제와 다르다. 사건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왠지 모를 쫄깃한 추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대 반전! 역시 이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전직 기자였기 때문인지, 사건에 대한 취재도 실제적이지만 남겨진 피해자의 가족들의 감정선에 대한 서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자와 경찰들에 의해 끔찍한 기억을 수십. 수백 번 들춰내야 하고,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모습들을 통해 사건의 뒤편에 담긴 상처들을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보통 사건이 이슈화되면 많은 관심을 받고 범인이 잡히기도 하지만, 그저 가십으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겨진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한 번씩 다시 이슈화되면 다시금 고통의 기억이 드러난다. 취재도 좋지만 적어도 상처받고 남겨진 가족들을 배려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소설 속 박수정 기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