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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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인 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감명 깊게 읽었다. 어려운 분야를 이해하기 쉽게 또한 생각할 이야기를 가득 풀어내는 저자만의 필력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저자의 신작 『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를 접하며 사실 우려가 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지극히 정치적인 색채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정치를 논하는 것. 아니 정치라는 분야가 특정 정당 혹은 특정 계파에 대한 지지나 반대가 담길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 우려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듯이 저자는 과거 철학자들의 사례를 언급한다. 사실 철학자가 정치를 논하는 것은 과거부터 당연시되었던 것이라 한다. 플라톤, 칸트, 공자, 노자, 율곡, 다산 등 많은 철학자들이 국가의 문제를 철학적 높이에서 다루었으며, 정치 철학 중심으로 연구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사실 저자의 말대로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은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타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현대에 이르러 철학자를 비롯하여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고 때론 위험해 보인다. 어쩌면 우리나라이기에, 요 근래 들어 정치의 어떤 계파 건 불편함을 감출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서로를 향해 날이 서 있기에 더 그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막상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회초리가 부정 혹은 반대의 회초리라기보다는 애정의 회초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특정 정당에 대한 옹호를 바탕으로 한다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점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는 생각 또한 든다. 저자의 논지의 바탕에는 다분히 철학의 관점이 작용한다. 그에 대한 예로 사기 속 한나라 고조 유방이나 고대 중국 철학자 노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실제 우리가 겪었던 얼마 전 우리나라의 사례들 또한 등장한다. 실제적이기에 오히려 피부로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기도 했다. 그저 과거의 철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의 이론에 가까운 사례만 등장했다면 수박 겉핥기 느낌이었겠지만, 우리의 현실과 겹쳐서 보게 되니 문제를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라면 역시 훌륭한 리더는 그에 맞는 격과 예를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 역시 정치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묻어난다. 사람 사이에도 신뢰가 중요하듯 국가 간에도, 정치인과 국민 간에도 신뢰는 중요하다. 시선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결론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 있는 풀을 보면 그 땅이 어떤 땅인지를 알고,

쓰는 사람을 보면 그 지도자가 어떤 사람인 줄을 안다.

- 중국 고전 《사기(史記)》 중

난세가 인물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난세 중의 난세인 것 같다. 아무쪼록 저자의 말대로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한걸음 성장해야 할 때이다. 남의 허점을 찾는데 골몰하기보다는 우선 자신을 돌아보고 아프더라도 썩고 곪은 것은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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