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잡초

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ㅣ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2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 더숲 / 2021년 3월

 잡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어디서나 굳센 생명력으로 죽지 않고 살아남는 강인한 이미지 말이다. 그렇기에 잡초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조금은 부정적 이미지에 더 가깝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착각이었다는 것과 함께 잡초의 생존전략을 깨닫고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잡초에 대한 큰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여름 논이나 밭을 보면 유난히 불쑥 튀어나온 식물이 종종 눈에 띈다. 딱 봐도 잡초구나! 싶은 식물 말이다. 문제는 유달리 돋보이는 그 식물이 생명력을 어찌나 좋은지 뽑아도 또 나고 뿌리도 깊어서 잘 뽑히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약을 뿌리면 오히려 벼가 망가질 수 있기에, 우렁이를 풀어서 잡초와 해충을 잡아먹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걸 보면 잡초는 방해꾼이나 불청객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책을 통해 본 잡초는 의외로 여리고 약한 식물이었다. 우리의 기준이 지극히 식물 중에서도 먹을 수 있는,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식물에 집중되다 보니 어떤 소득도, 열매도 얻기 힘든 잡초는 천덕꾸러기 신세일 수밖에...

하지만 잡초의 입장에서 보자면 잡초만큼 매력(?) 적인 식물도 없을 듯싶다. 일반 식물들을 땅에 심고 수분과 햇빛이 적절하게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발화하는 것과 달리 잡초는 자신만의 사인이 주어져야 발화한다. 그리고 동시에 발화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식물처럼 일제히 발화하게 되면 아마 그 잡초는 생명력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잡초는 식물들과 같은 환경이 주어진다고 무턱대고 싹을 내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력을 뻗칠 수 있는 최적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밀당의 귀재다. 또한 환경에 맞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뛰어난 생존본능을 지니기도 한다. 잡초는 여리고 연약하다. 풀숲이나 식물이 다양한 곳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오히려 경쟁력이 없는 자갈밭이나 길 옆에서 자라는 이유는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놀라웠다.

책에는 잡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다. 잡초를 죽이기 위해 인간과 잡초의 싸움은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이야기여서 책의 이야기가 실제 화면으로 펼쳐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다시 들었던 교훈 아닌 교훈은 어느 쪽에서 상황을 보느냐에 따라 보는 관점과 눈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잡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잡초는 늘 불편한 존재였다. 하지만 잡초 나름에 환경에 적응하는 생존전략들을 읽다 보니 그 어떤 식물이나 꽃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잡초는 씨앗으로 심어서 바로화하기 쉽지 않단다. 그저 자기가 원하는 곳에, 자신만의 사인을 기다리면서 묵묵히 기다리고 결국은 자신의 때에 존재감을 알리는 잡초야말로 식물 중 식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