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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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버지. 엄마와 아빠는 왠지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 그렇다고 아빠와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닌데... 단지 엄마가 동성이어서 그럴까? 아닐 것이다. 신랑도 아버지 보다 엄마가 편하다고 한다.(신랑은 아빠 대신 아버지, 엄마는 그냥 엄마라고 부르는 특이한(?) 언어습관을 가졌다.) 그럼에도 어머니에 대한 소설만큼이나 아버지에 대한 소설이나 등장인물들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와 책으로 보고 많이 울었던 가시고기나 각 소설 등에 등장하는 아버지라는 인물들 말이다.

신경숙 작가의 신작은 제목부터 아버지를 대놓고 등장시킨다. "엄마를 부탁해"의 후속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면에 내세운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곱씹게 하는 작품이었다.

딸을 잃은 주인공이자 작가인 헌이. 오빠가 셋 있고 아래로 동생이 둘 있는 4남 2녀의 마 딸이다. 예부터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딸을 가슴에 묻은 헌이기에 형제들은 그런 헌이에게 책임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그저 단독방에서 소식을 듣는 존재일 뿐, 그녀에게 무엇을 요구하지도 그녀 역시도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고향 J 시를 향해 내려가게 된 이유는 어머니의 위암 수술로 인한 병원 입원으로 혼자 남게 된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여동생에게 들은 후였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녀는 그 한마디에 아버지에게 간다. 그리고 고향을 향해 가는 길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참 여러 감정을 자아낸다. 그녀에게 아버지 역시 그랬다. 사실 부모는 모든 것을 다 잘 해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어린 시절 내가 생각했던 부모에 대한 생각이다. 부모님은 다 잘한 것이라는 착각 아닌 착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부모 또한 부모라는 자리가 처음이기에 미숙할 수밖에...

물론 그 또한 내가 부모가 된 다음에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말이다.

헌이의 기억과 주변 사람들(형제들 포함) 과의 이야기,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그동안 오해했던, 그럼에도 아버지이자 한 인간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 있어서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우리의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무단히도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 말이다. 우리의 역사의 장면들과 어우러져 시대를 살고, 살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버지도 그 순간을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의 한 줄이 그런 감정을 건드려 주체할 수없이 눈물이 났다.

살아냈어야,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 냈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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