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하면
보통 철학에 대한 책만 접했던 내게, 시학은 신선하고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줬던 책이었다. 사실 "시학"이 뭘까? 하는 궁금증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분량이 적음에도 역시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어렵지만 그나마 자세한 각주가 있어서 한 줄 한 줄 읽어나갈 수 있었다고
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시학의 시는 바로 우리가 익숙한 서사시, 운문시 등의 "그 시(詩)"를 의미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비극과 희극과 함께
각 개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플롯이나 모방 등의 개념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기에, 기본적인 개념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나 관련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사실 요즘 우리 주변에
막장드라마가 참 많다. 드라마는 한두 편만 보면 결말이 눈에 보이다고 할 정도로 뻔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꽤 되고 말이다. 전혀 인과성이
없거나 생뚱맞은 장면이 등장하는 경우도 상당하고 말이다. 반면, 세상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플롯이 정교하게 연결된 작품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작가(책에서는 시인이라고 이야기한다.)이 얼마나 고민하고 적절하게 썼나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다
보니 우리가 그동안 만났던 작품들에 대한 줄거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학이지만 플롯과
비극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플롯 간에 필연성과 개연성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단순한 에피소드만 모아놓은
작품은 최악의 작품이라고 논하고 있다. 물론 예를 들은 이야기 중에 현대와 안 맞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통찰과 작품이 지녀야 할 내용들이 담겨있기에 현대의 작품들과 매치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읽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시학에 대한 개념을 다진 책이기에 그가 직접 쓴 각본이나 서사시를
만나도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지성의 책의 경우 서론과 해제가 잘 갖추어져 있기에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한결 편한 것 같다. 시학의
경우 해제만 있긴 하지만, 배경지식이나 분위기 등과 같은 주변 지식들이 잘 정리되어 있기에 함께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