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접하며 떠올랐던
두 개의 그리스 로마신화 인물에서 나온 심리학 용어가 생각났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과 엘렉트라 컴플렉스. 전자는 아들이 엄마에게 집착을 보이고
아빠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가지는 것을 말하며, 후자는 반대다. 7살 해나가 엄마인 수제트에게는 반감 이상의 공격적 성향을, 아빠 알렉스에게는
사랑의 감정을 내뿜는 것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나 역시 딸을
키우고 있고, 조만간 만나게 둘째 역시 딸이다. 물론 소설 속 상황이지만 그래서 더 소름 끼치게 다가왔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10달 동안
고생하며 힘들게 품고 목숨을 걸고 낳은 내 아이가 내게 반감을 넘어 살의까지 느끼는 것을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하면 좋을까? 쉽지 않은
상황과 감정이기 때문에 더 몰입되기도, 더 안타깝기도 했던 작품이었다.
7살 해나는 모든
기능이 정상적이지만 유독 엄마한테는 말을 하지 않는다. 걱정이 된 수제트는 해나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것 외에는 다른
이상이 없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이가 걱정될 수밖에...
문제는 딸의 이상적
반응이 오롯이 엄마에게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저 말을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좀 더 끔찍하고 대범하고 무서운 방식으로 발현된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왜 하필? 엄마에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느끼는 힘듦을 수제트 역시 느끼고 있다. 유치원에서 이상행동으로 쫓겨나고, 결국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되면서 육아에 대한 고통은 더 여실히
쌓인다. 그렇다고 수제트가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유년기에 상처 때문에 해나에게는, 가족에게는 같은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더 헌신적인 엄마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볼 때는 너무 사랑스러운 세 가족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너무 소름 끼치게 무섭다. 사실
겪어보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아빠 알렉스의 입장과 자신에게 그런 끔찍한 행동을 하는 딸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엄마라는 이유로 무 자르듯 내칠
수 없는 수제트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되긴 하지만, 해나의 감정이나 행동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 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딸 해나에게 있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7살의 해나에게 이런 악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이 그 어떤 범죄 스릴러나 살인마보다 더
소름 끼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나가 상처받거나, 소위 학대를 당한 집안에서 자란 것도 아니다. 그저 타고난 성향(사이코패스)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어떤 인과관계도 없다. 그래서 답을 찾을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진다. 엄마와 아빠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극단적인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최종 목표는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아이가 이렇게까지 악할 수 있다니...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딸 해나와 엄마
수제트의 시선이 번갈아 등장하며, 둘의 심리와 상황들이 묘사된다. 너무 사랑하는 딸이지만...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충격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
정말 소름 끼쳤다. 마지막 한 줄은 앞의 이야기를 읽은 후에 읽어야 배가되니, 꼭 놓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