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수자타 매시 지음, 한지원 옮김 / 딜라일라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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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 속에 연도가 적혀있지 않았다면, 인도에 대한 상당한 편견을 지녔을 것 같다. 1920년대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덕분에 100년 전 인도로의 문화여행(상황과 여성의 인권에 대한 화를 불러일으키긴 했지만)을 떠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초반에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촘촘한 배경 설명 때문에 오히려 읽을수록 피부에 와닿았다고 할까?

지금이야 여성 변호사가 많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1920년대 당시 인도 봄베이에 유일한 여성 변호사인 퍼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상은 카스트제도 같은 신분제도에 대한 생각들이다. 신분제와 함께 남성보다는 여성의 권리가 상당히 열악한 것은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우리 역시 미투나 여러 가지 여성운동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이슈가 되긴 했고, 과거에 비해 여성에 대한 생각들이 변화된 사회 속에 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직도 변화되어야 할 부분들이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다. 100년여가 지난 지금도 이런데, 당시 인도의 여성인권은 얼마나 열악했을까?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임에도 공부를 하면서 카빈이 당했던 폭력 아닌 폭력들은 그런 사회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게 변호사가 된 카빈. 그녀가 맡은 사건은 이슬람 부호 오마르 파리드가 사망한 후 남겨진 세 명의 아내의 유산상속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녀들에게 상속된 재산이 한 단체에 기부된다는 사실인데, 카빈의 눈으로 볼 때 그녀들이 서명한 사인이 이상하다. 아내 중 둘의 사인의 필체가 비슷하고, 6개월 전만 해도 글을 모르는 것 같이 보였던 한 아내가 사인을 했다니... 결국 카빈은 그녀들을 방문하고자 하지만, 남편의 상중이라서 그녀들을 만날 수 없다. 그리고 대리인인 파이살 무크리를 만나지만, 그는 카빈의 의문에 대해 협조를 하기보다는 방해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들이 은근히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맥락이 좀 다른 것 같다. 자극적이지 않고, 시대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카빈의 추리에 발맞춰서 급박하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덕분에 그녀가 펼쳐가는 추리 속에서 또 다른 맛을 보기 충분하다. 갇은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그녀만의 조사를 해나가는 카빈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그녀는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이질적인 인도 문화와 추리소설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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