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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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수저의 색 ( 금, 은, 동, 흙)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사실 자기 스스로 뭔가를 이루기 어려운 세대가 된,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게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좋은 환경을 타고난 이들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넘어서 자신의 환경과 비교하여 분노까지 표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보다 더 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의 금수저들은 과연 어떤 일상을 살았을까? 한번 즈음은 궁금했다. 사실 사극을 통해 만난 소위 금수저들은 능력도 없으면서 빽만 믿고 일 벌이기만 좋아하는 현대 드라마 속 재벌 2세들을 닮기도 했기에 현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과연 조선시대의 금수저는 누구를 의미하는 걸까? 저자는 사실 첫 제목은 금수저가 아닌 선비였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선비라는 단어보다는 금수저가 들어가서 왠지 모를 호기심을 자극했으니 출판사의 제목 네이밍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ㅎㅎㅎ

 선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포에 갓을 쓰고 부채를 하나 들고, 학과 같은 고고한 모습을 지니고 서책을 읽는 모습이다. 그런 선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한 생활의 제약을 받았다. 금수저였던 선비는 양반이기에 마음껏 누리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것이라 생각했던 비 금수저의 입장에서 이 책에 담겨있는 선비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신분이었다. 물론 그에는 체면에 대한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성리학이 품고 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에 영향 때문이었다고 한다. - 성리학은 본래 따지고 고리타분하고 지극히 보이는 것만 중시하는 학문이 아니었다니... 좀 놀라웠다.- 먹고 싶지만 참아야 하고, 급해도 뛸 수 없고, 추워도 더워도 참아야 하고, 학문을 중시하고...

 그렇다고 선비들이 늘 빡빡한 생활만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일상 탐닉이라는 제목 그래도 선비들의 음식, 반려동물, 꽃, 산, 시험, 집, 계모임 등 선비의 일상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챕터별로 다루어지고 있다. 덕분에 사극 속 이미지에 갇혀있던 선비의 색다른 맛과 멋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버킷리스트 금강산을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시로 대신하고, 의외에 곳에 사치를 부리고, 양반 신분 유지(3대안에 관직에 진출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를 위해 평생을 과거시험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는 등 알지 못했던 여러 모습들이 들어 있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선비와 과거시험 이야기는 사실 상당히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 옛날에도 부정시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성리학을 공부하는 선비임에도, 부정적인 방법으로 관직에 진출하려고 하다니... 과거시험의 벽은 참 무겁고 두꺼웠나 보다 싶은 생각도 드는 한편, 역시 사람 사는 곳은 과거나 현재나 비슷하구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조선의 금수저, 선비에 대한 많은 부분의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 준 책임에는 틀림없다. 현대 역시 금수저들에게 일반 수저(?)들이 가지는 기준들은 상당히 높다. 물질적 기준뿐 아니라 도덕적 기준까지도 말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금수저로 살기는 역시나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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