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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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안정적인 환경이나 상황에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너무 아름다운 밤하늘이 수 놓여있는 표지와 달리, 책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인간의 생존과 불안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70대 후반의 노인이자 과학자인 어거스틴은 천체 연구를 위해 북극에 머물고 있다. 갑작스럽게 출연한 군인들은 그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떠나야 한다는 말만 늘어놓는다. 지구로 돌아가도 기다리는 사람도, 머물 곳도 없는 어거스틴은 그런 군인들의 말을 거부한 채 혼자 북극에 남는다. 혼자인 줄 알았던 그는 북극 기지에서 어린 소녀 아이리스를 발견하게 된다. 사랑에 대한 감정은 30대 때 함께 연구하던 여자 과학자에 대한 기억 외에는 없는 어거스틴.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보다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그에게 아이리스의 출현은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한편, 목성탐사를 성공하고 지구로 귀환을 준비하는 과학자 에테르호(설리,이바노프,테베스,하퍼,와서,데비,탈)팀은 갑작스럽게 지구와 통신이 두절된다.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만을 기다리던 그들은 고립된 상황이 무척 당황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과학자들이기에 각자의 연구로 통신 두절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지만, 불안은 그들에게 더 큰 충돌만을 일으킬 뿐이다.

개인적으로 재난을 주제로 한 소설을 좋아한다. 극단에 처했을 때 인간의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계에 부딪친 인간은 본성의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에테르 호의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해왔듯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극도의 불안 속에서 그들은 고립과 외로움의 감정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를 향한 반감들이 수면 위로 차오른다. 반대로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북극에서 아이리스를 만난 어거스틴은 그녀와의 시간을 통해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노년의 고통스러운 신체와 아픔이 준 또 다른 기적이라고 할까?

그리고 어거스틴과 설리는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설마... 했던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될 줄이야...!

우주만큼이나 광활하고, 그래서 가늠할 수 없는 무한한 공간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마저도 그들의 모습을 통해 고독의 다른 모습을 맛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사실 지구에서의 상황이 어떻길래...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들 주인공의 모습과 심리에 더 깊은 연민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종말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보다 그들의 감정들이 더 선 굵게 나타났던 작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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