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워낙 겁보인지라, 티브이에 수술 장면만 나오면 이불을 뒤집어쓸 정도의 담력 밖에 못 가진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맛 들인 추리소설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한 권에 추리를 점점 이어가는 장편소설도 좋지만, 여러 사건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단편소설도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제목이 참 특이하고 길다. 노킹 온 록트 도어(Knocking in locked door). 잠긴 문을 두드리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 왜 제목이 이런지는 초반에 바로 눈치챌 수 있다. 바로 탐정사무소의 이름이 바로 노킹 논 록트 도어다. 탐정사무소의 가장 큰 특징은 초인종도 인터폰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노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탐정들답게 노크 소리로 의뢰인을 판별하는 장면은 책의 제목만큼이나 신기하고 특이했다.
탐정 사무소의 두 탐정인 고텐바 도리와 가타나시 히사메. 탐정이 둘이기에 전문분야도 다르다. 도리는 불가능 전문, 히사메는 불가해 전문이다. 의뢰인이 상담을 요청하면 어떤 분야의 의뢰인지를 판단해서 사건을 수임한다. 물론 사건의 성격이 무 자르듯 딱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둘이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책 속 세 번째 사건인 다이얼 W를 돌려라 처럼 한 번에 두 개의 사건이 수임된 경우(결국은 한 사건으로 귀결되긴 했으나)처럼 각자의 분야로 나누어서 추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추리소설 마니아는 아니고, 자주 읽긴 하지만 추리력은 상당히 미천하다. 덕분에 범인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범인의 냄새가 제대로 나는 경우를 만났다. 이건 내가 봐도 딱 범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 추리력이 는 건지, 소설 속 추리가 그냥 그런 건지 싶었는데~아뿔싸! 반전이 있을 줄이야!! 역시 평범해 보이는 사건과 범인 속에 또 한 번 꼰 반전이 담겨 있어서 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사건인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가 바로 그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범인이 또렷했지만, 그를 해결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내용들이 여러 개 있었다. 짧은 시간(단편이기에)에 범인이 남긴 증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니, 사전 범인과 진짜 범인이 있었다. 결국은 진짜 범인은 맞췄지만, 그전에 범인이 있었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이게 바로 추리소설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두 탐정뿐 아니라, 경위 우가치 기마리 또한 매 사건마다 등장한다. 본인은 친구가 아니라 하지만, 두 탐정과의 캐미는 정말 친구 이상이다. 셋이서 탐정을 해도 재미있겠다 싶지만, 경찰이기에 사건에 대해 접근하고, 탐정들에게 줄 수 있는 정보들이 있기에 그냥 만족해야 할 것 같다.
7건의 사건을 만날 수 있는 노킹 온 록트 도어. 범인과 범인이 남긴 증거들을 맞춰가면서 풀어볼 수 있는 유쾌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