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소동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6
김지안 지음 / 시공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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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그림체에 더 귀여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세탁 소동. 나에게도 세탁소에 대한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 부모님이 우리 가게 옆에서 세탁소를 운영하셨기 때문이다. 친구네 집에 가면 각종 소음을 내며 돌아가던 큰 세탁기와 다리미가 생각난다. 물론 세탁소를 이용해본 기억은 없지만 말이다.

깨끗하곰 세탁소의 주인인 곰. 열심히 일하는 곰에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 무슨 일일까 내심 궁금했는데...

빵집 세일이라는 큰(?) 일이 있었다. 가게를 생쥐에게 맡긴 곰은 손님이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곰의 생각과는 달리, 주인이 없는걸 알았는지 동물 친구들이 줄기차게 몰려온다. 곰에게 제대로 된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생쥐는 당황스럽다. 급기야 자리까지 모자를 정도로 세탁소는 만원이 된다. 그리고 동물들은 생쥐에게 세탁을 요구한다. 점점 쌓여가는 빨래를 세탁기 위 바구니에 넣어두는 생쥐.

사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닐까? 손님을 받고, 적어도 빨래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찾아온 동물 손님들은 다르다. 생쥐에게 빨래를 재촉하니 말이다.

눈물이 가득 고인 생쥐. 결국 중대한 결심을 하고 마는데...

동물들이 가져온 빨래를 한데 모아 세탁기를 돌리기로 한 것이다. 물론 덤으로 자신의 빨간 스웨터까지 같이 넣는다. 근데 곰이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생쥐에게 전하지 않았다. 흰옷과 색깔 옷을 같이 넣으면 안 된다는 것!

빨래더미에 들어간 생쥐의 옷은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사실 그림책을 읽으며 생쥐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장면을 보고 위인 한 사람이 떠올랐다. 율곡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 말이다. 전기에서 읽기로 어떤 종이 남의 앞치마를 빌려 입고 일하다가 앞치마가 심하게 버리는 상황이 일어난다. 새로 사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을 접한 신사임당은 천을 넓게 편 후, 지저분해진 부분에 포도알이 가득 맺힌 포도넝쿨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 천을 가지고 나가서 좋은 값에 판다. 그렇게 번 돈을 가지고 새로운 앞치마를 사줬다는 이야기. 워낙 그림을 잘 그렸던 신사임당이지만, 과연 진실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생쥐 역시 자신의 빨간 옷 때문에 일어난 손님들의 옷 사건을 자신만의 기지로 해결해 주는 걸 보면 신사임당과 그리 다르지 않구나 싶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실수로 끝날 뻔한 일을 자신만의 능력으로 해결해 오히려 손님들의 더 큰 만족을 이끌어낸 생쥐. 결론을 재미있게 풀렸지만, 당황한 생쥐의 심정이 책에 표정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컸다. 빵을 사러 가는 것이 곰에게는 큰일이었지만, 과연 생쥐에게도 그랬을까? 그저 곰의 이야기에 거절하지 못했을 뿐인데 이래저래 마음고생을 하게 되었으니 나중에는 추억이 되겠지만 당시에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소동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깨끗하곰 세탁소와 생쥐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위기를 해결한 생쥐를 보며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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