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림책을 읽으며 생쥐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장면을 보고 위인 한 사람이 떠올랐다. 율곡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 말이다. 전기에서 읽기로 어떤 종이 남의 앞치마를 빌려 입고 일하다가 앞치마가 심하게 버리는 상황이 일어난다. 새로 사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을 접한 신사임당은 천을 넓게 편 후, 지저분해진 부분에 포도알이 가득 맺힌 포도넝쿨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 천을 가지고 나가서 좋은 값에 판다. 그렇게 번 돈을 가지고 새로운 앞치마를 사줬다는 이야기. 워낙 그림을 잘 그렸던 신사임당이지만, 과연 진실일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생쥐 역시 자신의 빨간 옷 때문에 일어난 손님들의 옷 사건을 자신만의 기지로 해결해 주는 걸 보면 신사임당과 그리 다르지 않구나 싶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실수로 끝날 뻔한 일을 자신만의 능력으로 해결해 오히려 손님들의 더 큰 만족을 이끌어낸 생쥐. 결론을 재미있게 풀렸지만, 당황한 생쥐의 심정이 책에 표정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컸다. 빵을 사러 가는 것이 곰에게는 큰일이었지만, 과연 생쥐에게도 그랬을까? 그저 곰의 이야기에 거절하지 못했을 뿐인데 이래저래 마음고생을 하게 되었으니 나중에는 추억이 되겠지만 당시에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소동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깨끗하곰 세탁소와 생쥐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위기를 해결한 생쥐를 보며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