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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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웃기만 하고 고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다.

말려 올라가지 않게 고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내고 있는 까닭은

이런 우리의 시간이 오래 지속되리란 것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뭔지 모를 감정을 이끌어낸다.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제목처럼 이 책은 부부의 이야기다. 큰 범주에서는 인간관계지만, 부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관계와 그 속에서의 감정들이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다. 물론 결혼 여부를 떠나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실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조금 더 깊이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과거 영사기사, 현재는 작가(이지만 지망생에 가까운)인 노부요시와 내과 간호사 사유미. 둘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에 가장 큰 벽은 노부요시의 직업에 관한 것이다. 가계의 재정적인 부분을 사유미가 거의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촘촘하게 감겨있다. 사실 그 이유 때문에 사유미의 어머니는 둘의 결혼을 반대했고, 사위를 보는 것을 내켜 하지 않는다.

사실 장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엄마가 자신의 딸이 힘들게 사는 걸 원할까? 그럼에도 성인이기에 딸의 걱정을 지지해 줬으면 하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노부요시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다.

노부요시는 로비에서 보이는 넓기만 한 하늘에 풀어질 것 같은

데루와의 시간을 돌이켜봤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누구를 위로하지도 않는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무사히 '저세상'에 도착했을까.

역시 '슬프다'라는 감정과는 다른 것 같다.

 놀라운 것은, 노부요시 혼자 어머니 장례식을 치렀다는 것이다. 사유미가 가고자 했지만, 노부요시는 혼자 장례를 치른다. 둘의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었다. 사실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일본의 문화가 그런 것일까? 싶었지만, 이후 사유미와 친정 부모님의 여행을 통해 "뼈를 줍는다"라는 표현을 통해 나만큼이나 일본 가정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 경우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보통 결혼은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단골 대사 중 하나가 결혼해도 외롭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드러난 사유미 역시 같은 감정을 풀어낸다. 노부요시가 오랜만에 영화 일로 하룻밤 떠나 있던 날 사유미는 극도의 외로움을 느낀다. 그동안 보지 않던 노부요시의 노트북을 열어봤다가 히로코라는 이름의 사람과 나눈 이메일을 보고 질투와 죄책감의 두 감정을 느끼게 된다. 초반의 둘의 관계를 봤을 때 잘 지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모를 벽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문제가 생기고 헤쳐나가기 위해 서로의 감정이 섞이고 긴장이 생기는 모습들을 통해 안타까움보다는 이렇게 둘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부부의 이야기는 부부밖에 모른다. 밖에서 보기에 불행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지만 당사자들은 행복한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것. 잔잔하지만 그 안에 촘촘하게 엮인 감정선들을 통해 다시 한번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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