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는 길 1 친정 가는 길 1
정용연 지음 / 비아북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읽어도 가슴이 시리다. 지금이야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 후 친정 가까이에 사는 경우가 많지만, 옛날부터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혼을 하게 되면 출가외인이라고 하며 친정 나들이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친정 가는 길은 조선 후기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여인인 은송심과 함숙영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시대상과 여인으로써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혼 후 6년 만의 첫 근친(覲親 : 시집간 딸이 친정에 가서 부모님을 뵘)을 온 송심은 친정에서의 5일이 너무 애틋하고 짧기만 하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늦게 일어나도 타박하지 않는 일상이 참 좋다. 물론 밥상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것도...^^ 하지만 송심의 친정행으로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올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남동생은 누워서 일하는 올케에게 잔심부름을 시키고, 그에 그동안의 기억이 생각난 송심은 남동생에게 스스로 하라고 혼을 낸다. 그리고 올케를 데리고 잠깐의 나들이를 떠난다. 자신이 겪어보니 올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망나니 같은 둘째 의용의 혼삿날이 얼마 안 남았다. 의용은 혼사 전에 계집종 섭이를 범하게 되고, 섭이는 임신을 하게 된다. 의용의 처인 함숙영은 똑 부러지고, 글을 읽을 줄 아는 깨어있는 여인이었다. 처음에 동서의 그런 모습이 내키지 않았던 송심이지만, 숙영의 마음을 알게 되고 숙영에게 글을 배우게 된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시집살이를 이겨나간다. 그러던 중 의용이 돌림병에 걸려 죽게 되고, 숙영은 시집온 지 얼마 되지 못해 과부가 되고 만다. 남편 없이 평생을 수절해야 하는 숙영. 그런 숙영이 안타깝지만 송심은 어쩔 수가 없다. 글 읽기에만 능한 줄 알았던 숙영은 당시 춘화와 음담패설 집을 직접 만들어 송심에게 보여준다. 송심 역시 그 책을 읽은 후로 왠지 모르게 정염에 사로잡히게 된다.

 계속되는 가뭄에 가노들은 고통을 겪게 되고, 시부모에게 그들이 바칠 공물을 좀 줄여주기를 요청하는 두 며느리. 하지만 그들의 기를 꺾고자 하는 시부모는 그들의 의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지만, 결국은 며느리들의 의견을 듣고 공물을 줄여준다. 이 소문이 계속 퍼져 다른 집에서도 그들의 선례를 따라간다.

 한편, 친정으로 근친을 간 숙영은 시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집에 있던 노비 씻개와 야반도주를 하였던 것이다. 이 일로 벼슬길이 막힌 경용은 추노와 함께 숙영을 잡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송심은 친정의 남동생과 함께 경용을 찾아 길을 나서게 되고, 수소문해서 간 곳에서 동서였던 숙영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1권의 말미에 시대상을 드러내는 이야기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홍경래의 난이다. 씻개와 숙영 역시 그동안 모아놓은 가산을 바탕으로 자금을 댄다. 차별받은 평안도 서북인들과 노비로 태어났기에, 여인으로 태어났기에 차별받는 그들의 삶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잠깐 등장하지만 여인이라도, 노비라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 등용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던 그들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