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으스스하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라니.... 세상에 좋은 시체와 나쁜 시체가 있단 말인가? 죽어서까지
근데 소제목은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라니...
이쯤 되면 정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증을 넘어서 책을 펼쳐보고 싶다.
공포물을 워낙 싫어하는 새가슴인지라, 제목만 보면 피할 수밖에 없는 각이지만! 케이틀린 도티라는 저자의 이름을 본 순간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녀의 전 작인 『잘 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을 이미 읽었기에 그녀의 직업과 그녀의 생각 등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전 작에 자신이 장의사일을 하면서 만나고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책은 세계 각 나라의 죽음에 대한 풍습이나 특별한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되는 죽음이라는 상황을(물론 자기가 자신의 죽음을 치러낼 수는 없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풀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공통된 죽음에 대한 다른 시야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총 8번의 장례문화를 이야기한다. 물론 도티가 미국인이기에, 8번 중 3번은 미국의 장례 이야기다. 엇비슷할 거라는 내 예상과를 달리 각 문화권별로 죽음에 대한 인식과 풀어내는 방식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우리가 익숙한 장례의 모습은 일부러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을지는 모르지만, 죽음과 삶이 연결된 것이라고 여기고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상당수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신기했던(조금은 무섭기도 한) 문화는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 토라자족이 행했던 마네네 의식이었다. 그들은 가족이 죽으면 우선 일정 기간을 집에서 같이 지낸다. 그리고 시신을 함께 하기 위해 미라로 만든다.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생겨서 검색을 해봤더니, 마네네 의식에 대한 실제적인 사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보통 미라 하면 이집트의 붕대로 둘둘 감은 모습을 생각하겠지만, 토라자족의 장례는 평상복을 입힌다. 그리고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시간이 지난 후(책에서는 8년 전 사망한 미라 이야기가 등장했다.) 도티가 만났던 시신은 생각보다 보관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그리고 시신에게 새 옷을 입혀주고, 물소를 잡아서 추모하는 광경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그들이 훼손되지 않도록(마치 살아있는 사람 대하듯) 솔로 흙이나 먼지를 털어내기도 하고 그들과의 추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끝이나 헤어짐이 아니라 일상과 같이 계속되는 것 같다. 시신에서 나는 악취가 사라진 후 같이 잠을 자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읽어도, 죽음은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특히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 가족과의 이별과 슬픔에 대해 깊이 애도할 시간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죽음의 모습은 각 문화별로 다르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과 애도의 모습도 다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생각하느냐 같다. 어느 문화가 옳고 그르다는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이별로 받아들이고 마냥 슬퍼하기보다는 삶의 하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것 또한 죽음에 대해 인식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역시나 도티는 이번에도 죽음을 무겁고 무섭게 다루지 않았다. 좀 더 밝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했기에 나 또한 그런 그녀의 논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