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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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공룡 브라키오와 함께하는 일상의 이야기. 만화 에세이지만,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참 많았다.

공룡인 척하지만, 속은 우리와 너무나 닮은 이야기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브라키오는 공룡이고, 나는 사람이라는 것? 브라키오는 프리랜서고 나는 직장에 매여있다는 점? 그리고 결혼 유무 정도가 아닐까 싶다.

300만 살 도시 공룡 브라키오는 오늘도 마감 때문에 바쁘다. 작가가 아니기에 나는 마감 일자에 매일 좇기지는 않지만, 나 역시 시즌이 도래하면 정말 정신이 없기에 그런지 공감이 갔다.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게 인간관계라고 하지 않나? 그건 사람이나 공룡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어쩌면 너무 잘 아는 사이지만 툭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아서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하지만 오해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법. 브라키오와 디플로가 그런 상황이다. 다른 메뉴를 식사하면서 브라키오는 디플로의 음식이 궁금하다. 그래서 식사할 때마다 한 입을 요청한다. 브라키오는 자기가 먹는 음식을 디플로와 공유하고 싶지만, 디플로는 거부한다. 꽤 시간이 흐른 후, 둘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브라키오는 식사를 통해 서로 나누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디플로에게 식사는 지극히 배를 채우기 위한 시간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음식을 먹고 싶지도, 자신의 분량을 나눠주고 싶지도 않다.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깨달은 둘은 서로 한 발자국씩 양보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어떤 사람의 빛나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멋있는 순간의 그 사람을 인식하며 내 인생에 들이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올 때는 안 좋은 부분

(혹은 내가 싫어하는 부분)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 사람의 완벽한 모습만을 가질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구절이다. 좋은 부분만 보고, 이 사람은 이럴 거라는 지레짐작 혹은 단정을 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기에 우리가 원하지 않는 그 사람의 일면을 발견하게 되면 실망하고, 화를 내거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가 속인 게 아니라, 내가 못 본 것인데 말이다. 이 한 줄을 기억했다면, 꽤 많은 관계에서 좀 더 어른스러웠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단지 친구나 연인, 부부뿐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내가 낳은 아이지만, 내가 모르는 그 아이만의 모습이 있을 테니 말이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내 생각대로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또한 꼭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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