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란 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3
매들린 크뢰퍼 지음, 케리 페이건 글, 최현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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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내 것에 대한 욕심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모으는 걸 좋아하고, 과도하게 한 종류만 중독같이 모으기도 했다. 예를 들면 바둑돌, 학 종이, 귀걸이처럼...

문제는 더 이상 작거나 내게 필요가 없어진 것들에도 욕심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람이면 누구나 집착이나 소유욕이 있기 마련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왠지 모를 웃음이 나지만, 당시에는 그것들이 정말 너무 소중했다. 우리 집 4살 꼬마 역시 어느 정도의 소유욕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물건들에 대한 애정이라고 할까? 엄마의 눈으로 보기엔 굳이 필요 없어 보이는 것에 일명 "소중한 것"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말이다. 소유욕쟁이 엄마와 소유가 뭔지 알아가는 딸을 위한 책 작은 파란 의자를 통해 조금이나마 소유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시간이었다.

파란 의자의 주인 부. 부는 파란 의자를 정말 좋아했다. 언제나 파란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부는 의자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즐거웠다. 밥을 먹을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의자는 부의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부는 조금씩 크고 있었다. 키도 몸도 자라는 동안 의자는 여전히 그 크기 그대로였다. 어느 순간 부는 의자가 작아진 걸 알게 되었고, 더 이상 의자에 앉는 게 편하지 않았다. 부의 엄마는 부에게 파란 의자가 필요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부의 파란 의자가 도움이 되길 원했고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집 앞에 내놨다.


                                     
                                

그렇게 부의 파란 의자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건네졌다. 부와 같은 아이에게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아빠와 여행을 떠난 여자아이의 의자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부 처럼 의자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파란 의자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달되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파란 의자는 빨간색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추운 나라에서 더운 나라로 옮기기도,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는 파란의자 덕분에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 행복이 파란 의자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원하는 마음으로 파란 의자를 기꺼이 포기한다.

                                     

                                

과연 파란 의자의 여정은 어떻게 될까?

책을 읽으며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파란 의자의 기분을 상상해봤다. 사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인을 찾게 되고, 이동을 한다. 파란 의자는 어떤 기분일까? 모래사장에도 머무르고, 파란 옷에서 빨간 옷으로 갈아입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자신의 뜻은 아니지만, 파란 의자도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의 존재를 행복해하는 누군가와 함께 머무는 여정이 기쁘지 않았을까? 그리고 첫 주인이 부가 그립기도 하고 말이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 작은 파란 의자를 읽으며 만약 내 어린 시절 내 물건들처럼 파란 의자가 단지 내 소유를 위해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랬다면 파란 의자에게도, 의자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소유 그리고 나눔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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