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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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속담에는 말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많다.

-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

- 웃으라고 한 말에 초상난다.

- 혀 아래 도끼 들었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요즘은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손으로 한 말인 댓글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댓글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선플보다는 악플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들 중에 악플로 인한 우울증 등으로 자살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이 "말"에는 다분히 댓글도 포함돼야 할 것 같다.

한국추리소설계에 5인의 작가들이 뭉쳐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주제는 막말과 악플이다. 아마 청소년의 시선과 상황에서 책을 풀어내긴 했지만, 이 책은 모든 세대가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청소년 분 아니라 성인들 중에도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경우가 꽤 있지 않은가? 오히려 청소년들의 말은 성인들에 비해 수위가 낮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말은 뱉어내면 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미 듣고 상처받은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과를 한다 해도, 이미 상한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5개의 작품 모두가 마음속의 큰 파동을 일으켰다. 사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상처를 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조영주 작가의 『하늘과 바람과 벌과 복수』라는 작품과 정명섭 작가의 『말을 먹는 귀신』이라는 작품이었다. 물론 조영주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 해환은 결국 상처를 딛고 천재 작가로 성공하긴 했지만, 그녀가 그렇게 되기 까지는 정말 많은 아픔과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누구나 상처를 받은 기억은 크고 오래 남지만, 상처를 준 기억은 쉽게 잊히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나도 모르게 옛 기억을 소환했던 시간이었다. 나 역시 왕따를 당한 적도, 친구를 놀린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극 중 해환과 희선처럼 후에 내가 놀렸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물론 초등학생 때였지만... 사실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해서 먼저 다가가기 쉽지 않았는데,(당시 친구는 학교에서 말 한마디 안 할 정도로 조용한 아이였다.) 몇 년 후 다시 만난 친구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친구의 인사에 나 역시 용기를 내서 "그때 너무 미안했어."라고 사과를 했고, 친구는 오히려 "너 덕분에 나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오히려 호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부끄러움은 배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친구도, 피해자였을 때의 나도 그 상처를 이겨내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해환이처럼 말이다. 어쩌면 상처는 평생을 옭아매기도 한다.

말이라는 것은 입안에 든 칼이랑 다를 바가 없지.

그래서 조심하지 않으면 타인은 물론 자신도 해치는 법이란다."...

"세상에 틀린 말은 없단다. 잘못된 말이 있을 뿐이지."

                   말을 먹는 귀신 중

『말을 먹는 귀신』이라는 소설은 정명섭 작가 특유의 고전 이야기를 차용한다. 다문화가정 아이인 진훈을 놀려대는 성혁. 결국 진훈은 성혁의 말에 상처를 받고 학교 옥상에서 투신을 하고 다리를 다치게 된다. 학폭위가 열리게 되고 성혁 때문에 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몇 년 전 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진동 새 할머니가 성혁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말 먹는 귀신이 붙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결국 아빠는 무당인 진동 새 할머니 집으로 성혁을 보내게 되고, 할머니로부터 과거 말로 주변에 큰 상처를 줬던 김언 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진동 할머니와 지내며 성혁은 점점 자신의 잘못을 하나 둘 깨우치게 되는데... 과연 김언의 귀신은 성혁에게서 떨어지고, 성혁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나 상황이 다를 뿐이지, 책 속의 어떤 상황을 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된다. 우리 역시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는가?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악플로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책 속 이야기를 하나 둘 읽으며 내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내가 받은 상처뿐 아니라, 내가 상처 준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앞으로도 말과 행동, 리플 등을 내뱉을 때 꼭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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