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베이비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4
데이비드 위즈너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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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AI나 로봇 등과 기성세대보다 익숙하고 친숙한 것 같다. 과학의 발전이 만들어 낸 효과겠지만 말이다. 기성세대들은 로봇 하면 가지고
있는 왠지 모를 낯선 감정과 함께 영화 속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상황들을 먼저 떠올리는데 반해, 아이들의 생각은 확연히 다른 것
같다.

 물론 로봇 가정의 입장에서 일어난 이야기지만 왠지 모를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책을 만났다.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또 다른 교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대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로봇 가족 캐소드(캐시)의 집에 동생이 찾아온다. 바로 DIY로 제작할 수 있는 로보 베이비가 등장한 것이다. 가족들 모두 로보 베이비의 등장에
설렘이 가득하다. 엄마 다이오드와 아빠 러그너트는 박스를 개봉하며 자신의 지식으로 로보 베이비를 만들고자 한다. 물론 설명서를 읽는 것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저 그동안 자신들이 생각하고 경험했던 지식에 근거할 뿐이다. 대충 빨리 조립하려는 어른들의 의도와는 달리 로보 베이비는 이상하게
작동을 시작한다. 급기야 조립을 잘하는 친척까지 불러오지만 로보 베이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마침내 조립을 마친 로보 베이비.

설명서를 읽은 캐시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 사실을 어른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어른들은 캐시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급기야 로보 베이비 플랜지는 오작동을 일으키게 되고 마는데...

과연 캐시의 가족은 로보 베이비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상황 객관화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낄 때가 있다. 내 눈에는 마냥 떼를 쓰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일이 벌어진 상황을 객관화했을 때 놓쳤던 것을 보게 되고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때론 아이의 행동이 정당했다는 사실까지 발견하게 된다. 요즘 방송되는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에도 그런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로보 베이비 역시 누구의 편도 아닌 상황의 객관화를 보여준다. 가장
적절하고 명쾌한 설명서 보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른들. 캐시의 의견에 정당함이 있지만 그저 묵살하는 분위기 속에서 로보
베이비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로보 베이비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내 아이의
말과 행동이 그저 어리고 미숙한 아이의 것이라고 치부하기 전에 아이의 말과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시금 바라봐야겠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기가 막힌 반전은 마지막까지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을 위한 로봇 가족의 선물이 아닐까?

디지털과 AI 시대의 이야기지만 왠지 모를 아날로그적 감정이 숨어있는 건 단지 기분 탓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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