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역사는

과거의 역사가가 사실을 선택하고 재구성한 결과다.

사학자라면 과거의 해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그런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되고 이어지며

미래로 나아간다.(p.71)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국사를 참 좋아했다. 휴가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아버지는 우리나라 곳곳의 유적지를 돌며 우리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참 자세하게 해주셨다. 덕분에 학창 시절 내내 단연 국사는 가장 자신 있고,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머리가 복잡할 때면 늘 생각나는 곳은 고궁이었다. 지금의 남편과의 데이트 코스 역시 고궁이었으니(다행히 남편도 한국사 광이었다.) 말이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사학과를 지망하는 것에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어린 시절 꿈꿔왔던 고고학자(단연 영화 인디아나 존스 때문이지만...)의 꿈도 꿈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한국사를 좀 더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과를 선택하긴 했지만, 주변의 사학과를 진학한 지인들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울대 국사학과 권오영 교수 역시 그런 내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서가 명강 시리즈를 접하면서 그동안 어렴풋하게 꿈꾸고 있었던 이야기의 실제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많이 낯선 삼국시대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포커스였다. 조선시대나 고려 시대 보다 상대적으로 기록이나 알려진 유물이 적은 시대이기에 그에 대한 역사는 과연 어떻게 구성된 것일까 의문이 가득했는데,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는 이야기를 통해 여러 방면의 지식과 더불어 생각할 여지 또한 남겨준 것 같다.

특히 유물과 유적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통설이 뒤집히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가 가진 역사 혹은 관련된 학문적 이미지 자체가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성향일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학문적 성격이 개방적이고, 능동적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접하며 얼마 전에 부산에서 토목공사 중 대규모 유적지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접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저자의 경험담과 책 속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었다.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유적과 유물 발굴의 이야기와 함께, 유적과 유물이 얼마나 귀중한 사료가 되는지와 더불어 그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실과 반전의 역사라는 제목에 뜻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는데, 책을 읽으며 그 뜻이 명확하게 다가왔다. 또한 내 성향 상 사학을 전공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유물과 유적은 바꿀 수 없지만, 그를 토대로 역사의 이야기는 순간순간 다이내믹하게 변한다. 따분하지 않고 매력적인 역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