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총서 3번째
시리즈다. 앞의 두 권은 장편소설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작가의 이름이 특이하다. 솔뫼라는 이름이 왠지 한글 이름 같은
느낌이 가득하다. 작가의 이름만큼 소설 속 각 상황들도 평범하지 않다. 대부분의 단편소설집이 그렇듯, 7편의 단편 중 한 작품의 제목이 소설
전체의 제목이 되었다. 제목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이 소설 속에는 평범한 게 하나도 없다. 평범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 나는 과연 뭐라고 답할까?
아마 보통의 평균적인 삶을 이야기할 테지... 그런 틀에서 보면 이 작품 속 등장인물 누구도 평균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만 같다. 내
입장에서는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고, 익숙하지 않고, 공감 가지 않는 낯선 삶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두 편의 소설이 기억에
남는다. 표제작인 그럼 무얼 부르지 와 차가운 혀다. 바에서 일하는 나와 대학생인 누나. 동거 아닌 동거 같은 생활을 하는 둘의 관계는 뭔가
기묘하다. 애인 같지만, 애인 같지 않은...
내가 일하는 바로
누나는 알바가 끝나면 찾아와서 돕는다. 닭과 돈가스를 튀기고, 오렌지와 사과를 깎고, 청소와 재떨이를 비운다. 안주가 되는 과일 하나와 과도를
들고 나는 아름다운 삼각형을 떠올린다. 과일과 과도, 나 사이에도 있는 아름다운 삼각형이 누나와 나 사이에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계속 그
생각을 한다. 누나는 과일처럼 반으로 자를 수 없기에, 누나는 사람이기에 그렇다. 바에서 일하며 나는 점점 살이 찐다. 사장은 그런 내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바에 출근 전에 무엇을 하는지 사장은 나에게 수시로 질문을 한다. 사장의 질문에 나는 대답할 거리가 없다. 어김없이 알바가
끝나면 내가 있는 Bar로 오는 누나. 도와주던 누나가 언제부턴가 술을 먹는 양이 많아졌다. 맥주 한 캔에 위스키 두 잔을 먹던 누나가 세잔,
네 잔 양이 늘어난다. 결국 그런 누나를 본 사장은 나를 자른다.(어차피 누나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었으므로) 다른 일을 구하는 나. 여전히 술에
빠져사는 누나.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을 지내가며 나는 다시금 생각한다. 친하지 않았던 사장과 나 누나의 삼각형을 말이다.
그럼 무얼 부르지 에는
1980년 5월 18일이 담겨있다. 유학생 해나와 광주 출신 나는 우연한 만남을 가진다. 해나는 내가 광주 출신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당시의
기사를 발췌해 이야기를 나눈다. 직접적으로 광주의 이야기가 드러나진 않는다. 그저 massacre(학살)이라는 단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할 뿐이다.
누구에 의해서, 왜 등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그 학살이라는 한 단어에 축약되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소설만 보면 해나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었던 가게 주인이 추천해 준 음식류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 학살 2라는 제목의 시만 기억에 날 뿐이지만 감춰져 있지만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더 소름 끼치듯 안타까운 이야기기도 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작가의 소설 모두 뭔가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에둘러 표현한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근데 그렇기에 어렵지만 박솔뫼 라는 작가만의 색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