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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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학을 연구할 때 가정을 항상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 이론을 전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탐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정이 들어오기도 하고, 없는 줄 알았던 가정이 갑자기 눈에 띄기도 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정이 필요 없어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수학에서나 물리학, 아니 모든 논리 전개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수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복잡한 수식과 그에 대한 풀이 한바닥. 배웠지만 낯선 각종 수식과 기호들...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인지라, 수학은 친해지고 싶지만 친해질 수 없는 분야이자 과목이다. 나름 수학을 풀어내 쓴 책들을 종종 접해봤지만, 당시에나 반짝 수학에 이런 맛이! 싶지 오래도록 자리 잡은 수학에 대한 색안경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 것 같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작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 김민형 교수의 후속작 아닌 후속작이다. 저자는 첫 번째 책을 낸 후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좀 더 쉽고, 좀 더 공식을 말하지 않는 책을 내고 싶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는 소감과 함께 말이다. "다시"가 붙은 이 책은 김민형 교수가 2019년 7월 약 9주 동안 7명의 다양한 직업의 참가자들과 함께 여름 수학학교라는 자리를 통해 함께 토론하고 나눈 이야기들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물론 수학이기에 공식이 배제될 수는 없다. 나 역시 수학공식과 관련 내용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외국어를 읽는 느낌으로 살짝 지나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하는 이야기 속에는 수학의 역사와 수많은 공식을 증명하기 위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그가 설명하기 위해 대입한 공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또 다른 공식으로, 또 다른 수학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특히 수학과 과학의 상관관계, 기하학에 대한 이야기, 함수와 증명에 대한 이야기, 수학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 등 익숙한 수학적 개념부터 난이도가 있는 개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학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쉬었나?라고 질문한다면 쉽지 않았다고 대답하겠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나?라고 질문한다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수포자고, 수학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그 옛날 수학자들조차 자신들의 이론과 공식들에 대한 증명 또한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 작은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수학의 모든 공식이든, 수식이든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혹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이번에는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덮고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어보고 싶다. 또 다른 수학의 맛을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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