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생인지라, 여름이 오면 생각나는 과일들이 있다. 수박과 참외 그리고 포도. 수분 가득한 여름 과일들인지라 여름만 되면 즐겨 먹었다. 근데, 요즘은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만날 수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세상이 참 좋아졌구나! 싶기도 했다. 전에 지인이 임신했을 때, 한 겨울에 수박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구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 임신을 했다면 전보다 아쉬움이 덜했겠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또한 요즘 나오는 과일은 당도도 엄청 높다. 그런 단 맛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달지 않은 과일은 외면받기도 한다.
근데, 우리가 편리하고 맛 좋다 생각했던 것이 우리의 밥상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
종말의 밥상을 읽으며 지금 우리의 이야기인지라 공감도 많이 가고, 이해가 잘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고 익숙해진 우리의 밥상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예부터 제철 채소와 과일이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제철이 아님에도 먹고 싶어 하는 욕망이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단지 계절적 요소뿐 아니라 인공적으로 가미하고 바꿔놓은 것들이 본연의 맛과 향을 해치고 그에 대한 영향이 우리 몸에도 이어지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현재 코로나19사태 역시 그런 인간의 욕심들이 불러온 재앙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생태계 속에서 각자의 자리가 있음에도 인간의 욕망이 더 한 것을 찾고, 더 많이 가지려는 상태로 변질됨으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자연과 동식물들의 반란 아닌 반란 말이다. 바이러스는 죄가 없다는 이야기가 저자의 글을 읽을수록 이해가 되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바로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이 책을 읽는 내내 구구절절 이해가 되었다. 얕은꾀와 입에 단 맛만 선호하는 우리의 생각들이 결국 이런 괴물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저자는 우리 입에만 단 그런 식재료들을 21세기 선악과라고 지칭한다. 물론 여기에는 채소나 과일뿐 아니라 대량 사육되는 가축도 포함된다. 좁은 우리 속에 갇혀서 주는 사료만 먹고 지방과 살코기만 불려가고, 인공수정과 거세로 마치 기계처럼 살아가는 가축들 말이다.
매년 새끼를 낳고 3백여 일간 착유를 하는 젖소나, 먹거리가 생산되는 곳임에도 농약의 대량 살포로 벼를 제외한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논, 중금속과 항생제, 오염물질에 찌든 양식 물고기들은 비단 어느 한 곳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담 이런 우리의 밥상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의 밥상을 원래의 건강한 밥상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한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라서 와닿는 것이 참 많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처럼, 제철 채소와 자연의 시간으로 건강하게 키워낸 건강한 밥상을 다시 회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