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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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유독 나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심했다. 시신을 마주했던 강렬한 기억이 두 번 남아있는데, 사고로 돌아가신 외숙모와 동네 오빠네 할머니였다. 한 분은 사고사였고, 한 분은 노환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장례를 집에서 했던 터라 어른들을 따라갔다가 목격했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수록 공포는 더욱 컸다. 덕분에 동네에서 누군가 돌아가신 소식을 알게 되면(집 앞에 노란색 등과 상가(喪家)를 알리는 종이가 전봇대에 붙었던 기억이 있다.), 장례가 끝날 때까지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장례식장을 갈 기회가 종종 생기지만, 여전히 장례식장과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다. 웰다잉(Well-Dying)을 위해서는 미리 내 죽음을 준비하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권 접하긴 했지만 여전히 죽음에 대한 이미지는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

그런데, 제목(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과 달리 유쾌한(?) 죽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났다. 물론 대만의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다스슝의 이야기다. 여러 번의 이직을 거쳐 그는 장례식장에서 일하게 된다. 첫 번째 면접에서 면접관은 그에게 질문한다. 시신을 무서워하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그의 대답은 No! 였고 면접 즉시 채용되었다. 그는 장례식장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짧지만 임팩트 있게 이야기한다.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이야기처럼 정말 많은 사람들을 접하며 그가 겪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물론 무겁지 않게 적어가는 이야기인지라, 웃으면 안 되는 내용에도 나도 모르게 뿜은 게 얼마나 많은 지 모르겠다.

유가족과의 이야기나 시신을 옮기면서 겪었던 이야기,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기억의 나는 이야기라면... 첫 번째 이야기! 귀신 소동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장례식장과 죽음은 귀신 등과 연관이 되지 않나? 저자 다스슝 역시 죽음에 대한 공포나 시신에 대한 공포가 적긴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새벽 할머니의 시신을 안치하고 돌아서는 데, 갑자기 뒤에서 "젊은이 나 좀 도와줘!"라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무서움에 순식간에 사무실로 뛰어들어온다. 나중에 선배에게 들으니 쓰레기 치우는 할머니가 새로 온 야간근무자 욕을 잔뜩 했단다. (순간 허무함+안도의 웃음이 한참 터졌다.)

그리고 슬프고 가슴에 남았던 이야기 하나는 "엄마 품속의 아기"라는 제목의 이야기였다. 사고로 엄마 품에 안겨 죽은 아이를 냉동고에 넣기 위해 떼어내려고 하는 데, 유가족인 한 남자가 부탁을 한다. 검시 전까지라도 제수씨가 아이를 안고 있도록 냉동고에 함께 넣어달라고 말이다. 물론 규정도 규정이고, 같이 보관했다가 두 시신이 달라붙을 수 있기에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였는데 나도 엄마라서 그런지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엄마는 죽음의 순간까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고 있었을 테고, 아이 또한 그런 엄마 품에 안겨 잠자 듯 세상을 떠난 것일 테지...

근데 냉동고에 안치하기 위해 떼어낸다는 사실이 왠지 모를 씁쓸함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시신이 손상을 입더라도 그냥 둘을 같이 넣을 순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죽음은 참 두렵고 무섭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저자 다스슝의 이야기를 통해 본 죽음은 마냥 두렵고 어둡고 무섭지 않다. 오랜 기간 서비스직에서 일해와서 입에 밴 "반갑습니다"나 "또 뵙겠습니다"란 말을 직접 들으면 나 또한 버럭~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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