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2020년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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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특이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학창시절 액자식 구성이라는 내용을 배웠는데, 이 책이 딱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심 반가웠다. "떠나는"이라는 문구가 계속 궁금증과 왠지 마음에 걸렸는데, 책을 펴고 보니 "떠나는"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였다고나 할까?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의 도서관.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도서관이 문을 닫게 되었다. 반디멘 재단은 클라우스 반디멘이라는 운송회사 사장이 은퇴 즈음 기부한 돈으로 만들어진 재단인데, 총 156개의 도서관이 있다. 특이한 것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소장 도서를 결정했다는 데 있다. 가령 호숫가 근처의 경우는 운하 운영, 운송에 대한 책을 특화 시켜 소장하고 있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특성을 찾지 못하는 지역들의 경우는 재단 위원회 회의를 통해 장서의 주제를 결정한다. 그렇게 호펜타운 도서관이 받은 주제는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 이었다.

너무 특이해서 이게 무슨 뜻일까 싶기도 하지만, 실제 타 도서관에서는 만날 수 없는 책들(가령 세계 유일의 희귀본이나 출판되지 않은 사가본 같은 책)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물론 사가본이 소장된 이유 중에는 재정적인 이유로 기증을 받았다는 이유가 컸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런 희귀본을 소장했던 호펜타운 도서관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사가본을 비롯해 많은 책을 기증했던 기증인들에게 연락을 해 본인들의 책을 다 찾아갔지만 유일한 한 사람. 빈센트 쿠프만의 경우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책은 바로 빈센트 쿠프만이 기증한 책들을 정리해서 서술한 이야기다.

책 안에 또 다른 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작가의 상상력으로 등장한 책 들이니), 읽다 보면 한번 즈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도 있다. 물론 중간중간 도서관 이야기나 함께 일한 직원 혹은 도서관 방문자들의 이야기도 등장해서 그런지, 마치 이런 도서관이 실제로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장편소설이라는 글자를 봤음에도, 왠지 이 책에 등장하는 책이나 저자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짜임새 있게 담겨있다보니 자꾸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득 담겨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 도서관을 가꾸었던 사람들의 심정이 눈에 보여서 나 역시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이 마냥 아쉬웠다. 또한 우연한 만남이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는 도서관에서의 이야기를 맛볼 수 있어서 즐겁기도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도서관. 누구에게나 그런 도서관이 하나 즈음 있지 않을까? 오랜 기간 다니면서 익숙해진 나만의 도서관 말이다. 책을 통해 그런 도서관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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