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 나라 - 마의태자의 진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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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중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장수왕릉과 광개토태왕 비를 실제로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걸쳐 아직까지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유적들을 바라보며 그 옛날 그 땅을 호령했던 조상들의 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중국이 벌이고 있는 역사왜곡의 현장에서 답답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당시 한참 역사 공부를 하고 있기도 했고, 동행했던 선생님이 과거 국사 교사로 재직했던 분이시기에 함께 갔던 일행들은 동북공정의 이야기를 밀도 깊게 나누기도 했다. 왜 중국은 우리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인 척 바꿔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에 있던 가이드(조선족)는 그 모든 사실에 대해 격하게 부인하며 중국의 편을 들어서 참 의아했다.(나중에 알게 된 것은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우리 동포라 생각했던 우리와 달리 그들은 본인들이 중국인이고, 중국인이 되길 원한다는 사실이었다.)

내 기억 속 마의태자라는 이름은 들은 듯 듣지 않은 듯 애매하게 남아있다. 물론, 국사에서 빈도 깊게 다루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실제 역사 속에 마의태자에 대한 기록이 워낙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 기록 속에 담긴 맥락을 파헤치며 저자에 의해 살아난 마의태자의 이야기는 참신했다.

물론 그 시작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영화 속 대사 "애신각라 부의"에서 시작된다. 푸이의 성 "애신각라(愛新覺羅)"을 보면 신라의 두 자가 또렷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적 기록에 마의태자의 마지막은 개골산(금강산)으로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저자는 마지막 황제 속 푸이의 성과 청나라의 후손들이 쓰는 "김(金)"을 근거로 마의태자가 청나라의 시조가 되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애신각라의 시조는 신라의 마지막 태자 김일이십니다.

우리 청나라 황실 가문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오늘날에도 비밀인 것은 청나라 황실이 신라의 후손이라면

지금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역사 속 마의태자의 이야기는 뭔가 석연치 않다. 정말 그는 그렇게 산속으로 사라진 것일까? 사실 그동안의 역사 속 인물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 탄생시킨 많은 소설들을 접했지만, 마의태자에 대한 지식이 1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의문점이 소설을 읽는 내내 계속되었다. 저자가 실제로 언급하는 자료가 상당해서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 실제적으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특별한 점은 마의태자의 당시 상황을 재해석하고, 재 창조한 소설 속에서 마의태자의 모습과 함께 등장하는 당시 신라의 고위직 관리들의 모습이 왜 낯설지 않았던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천 년도 넘은 신라시대의 이야기임에도, 지금 이야기처럼 생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백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사리사욕을 차리기 바쁜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역사적 사실 앞에서도 변함이 없는 모습에 실소를 감출 수 없었다.

자료만큼이나 흥미롭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야기 속에 한참 빠져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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