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의 기술 - 철학은 어떻게 삶을 버티게 하는가
윌리엄 B. 어빈 지음, 석기용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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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욕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무언가를 좌절로 여길지 말지는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려 있으며,

그 좌절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는 그 사람이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좌절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제목이 참신했다. 보통 좌절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프롤로그부터 저자가 직접 겪은 좌절할 수밖에 없고,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펼쳐졌다. 누구라도 웃으며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인데 저자는 자신만의 노하우(스토아 철학자들이 내게 내린 시험지라는 생각을 품고)로 좌절의 순간에 화를 내기보다 여유 있게 넘긴다.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저자가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가 내심 궁금해졌다.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우리가 겪는 삶의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생각보다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이해도 빠르고 흥미롭기도 했다.

우리는 보통 좌절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되면,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좌절의 잠재의식에 원인을 찾는 작업을 하는데, 대부분 결과로 지목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남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좌절의 감정을 가로막기 위해서는 바로 잠재의식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두 가지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미리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벌어질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그 상황 속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지 않은 현재의 좌절을 곱씹다 보면 주변 상황을 돌아보고 오히려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는 일이 참 많다. 문제는 상상까지만 하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에 있다. 최악을 상상하고 현재 상황과 비교해 감사까지 나아가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저자는 좌절의 모습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갖도록 조언한다. 첫 번째 기술에 비해 쉽지 않았다. 좌절의 경우 하나의 프레임에 갇혀 다른 상황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술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마치 물병에 남아있는 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른 관점과 비슷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저자가 설명하는 프레임의 종류를 하나하나 접하며 예시가 곁들여져 있어서 이해가 쉬웠다.

스토아철학은 나와 상당히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스토아 철학 그리고 나아가서 인생의 좌절과 좌절을 극복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생각들(기술)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의 좌절감이 밀려올 때 꼭 한번 대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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